[단독] 스포츠윤리센터, SON축구아카데미 ‘조사 착수’…“신고 접수됐다”
손아카데미 측 “운영 중단될까봐 학부모들 우려 커”
손웅정 감독 등 3명 ‘아동학대 혐의’ 소송 결과 주목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손흥민 선수의 부친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손(SON)축구아카데미가 휘청이고 있다.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손 감독과 코치진이 소송 결과를 앞둔 가운데 체육계 인권침해 조사 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까지 본격으로 조사에 착수하면서다. 윤리센터는 손아카데미를 둘러싼 인권침해 정황을 사전 조사 중이었지만, 최근 신고를 접수받고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누구에겐 '사랑의 매'가 누군가에게는 학대였고, 그 파장은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전날(16일)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손아카데미를 둘러싼 아동학대 논란과 관련해 "해당 사건에 대해 (신고 접수 없이) 사전 조사를 진행하다가 7월 중 실제 신고가 들어와 신고 접수 사건으로 전환해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전 조사는 (사건을) 모니터링한 뒤 심의위원회를 통해 조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러던 와중에(사전 조사 중)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돼서 바로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손 감독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인 손아카데미 소속 A군 측은 지난 3월19일 손 감독과 손흥윤(손흥민 친형) 수석코치, B코치 등 3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A군 측은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 코치에게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아 피멍이 들었으며, 손 감독에게 수시로 욕설을 듣고 목덜미를 붙잡히고 밀쳐졌다고 주장했다.
손 감독 측은 선수들 기강이 해이해질 때 욕설을 할 때가 있지만, 특정 학생을 짚어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체벌은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하프라인 찍고 20초 안에 안 들어오면 한 대 맞는다'라고 했고, 선수들도 동의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윤리센터는 지난 2일 "손아카데미 지도자들에 대한 센터 차원의 직권조사가 필요한지 '사전 조사'를 통해 따져볼 것"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후 행정력을 투입할 사안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직권조사에 착수,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인권 침해 정황을 본격적으로 조사할 계획이었다. 당시 윤리센터는 피해자 측 신고·진정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서 조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리센터는 신고인에게 피해 내용을 듣고 참고인·주변인 조사에 착수한다. 관계자는 "최종적으로는 가해자라고 볼 수 있는 피신고인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리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독립 법인으로, 체육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전담 기구다.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계 인권침해에 대한 신고를 접수 받고, 접수 시 사건을 조사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조사 결과에 따라 문체부에 징계를 요청하고, 문체부는 이를 대한체육회에 보낸다. 이후 대한체육회 산하 각 시·도체육회 등 징계 대상자의 소속팀이 해당 사건을 맡은 뒤 징계를 결정한다. 대상자가 결과에 불복할 경우, 소속팀의 상급기관인 시·도체육회가 사건을 다시 살펴본다.
고소인 측 '합의금 뒷거래' 논란…"체벌 없었다" 학부모 반발도
이번 사건은 손흥민 선수 부친인 손 감독의 존재감으로 화제성이 증폭했다. 그러나 최근 A군 부친과 손 감독 측 김형우 변호사 사이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태가 반전됐다. 특히 A군 부친이 김 변호사에게 "5억 원 받아주면 내가 1억 원 줄게. 현금으로"라며 뒷거래를 제안한 대목이 논란이 됐다.
해당 녹취록에는 합의가 불발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군 부친은 "손 감독하고 손흥윤(손흥민 친형)하고 다 껴 있지 않느냐. 합의하려면 돈이 중요한데, 이미지 실추랑 생각하면 5억원 가치도 안 되느냐"고 말했다. 이에 김 변호사는 "이는 (손)흥민이와 전혀 별개 사건이다. 절대로 흥민이와 결부시키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합의금 조정은 지난 5월 말 최종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 공개 이후 A군 부친은 '여론몰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장난 섞인 대화를 임의로 편집해 피해자 가족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여론몰이를 통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끝내려는 심산"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지금 저와 집사람은 파렴치한, 돈 뜯어내려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부모가 됐다"고 토로했다.
손 감독은 훈련 도중 벌어진 욕설과 체벌 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저는 나태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겐 불호령을 내리고 집중력을 끌어올린다. 물론 운동장에서의 제 모습에 아이들은 처음에 겁을 먹기도 한다"면서도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손 감독은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가 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고소인의 주장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면서 "고소인 측이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셨고, 그 금액은 아카데미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깝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도 설명했다.
'SON아카데미' 중단 위기…기소 시 '혐의' 주목
손아카데미에도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실형이 아닌 벌금형이 나오더라도 아카데미 운영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손아카데미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지금 학부모님들이 혹시라도 운영이 중단될까봐 매우 심란해 하고 있다"며 "거기에다가 (학부모 입장문 발표 이후) 언론 등에서 연락이 빗발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학부모들이) 아카데미에도 계속 민원을 넣고 계신다"고 호소했다. '현재 훈련이 이뤄지고 있나', '손 감독도 참여하는가' 질문에는 "내부적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없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기에 (소송) 결과가 나온 뒤 다시 얘기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앞서 손아카데미 학부모들은 입장문을 내고 "수년간을 아카데미에서 지냈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체벌이라는 것은 없었다"며 손 감독을 옹호하기도 했다. 이들은 "단 하루라도 감독님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피해자라 주장하는 그 학부모처럼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는 느낌을 받은 지도자는 만나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시 머물렀다 간 한 아이와 한 학부모가 남긴 풍파는 실로 엄청나다"며 "며칠 전까지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열심히 땀을 흘리던 평화로운 삶의 터전이 아수라장이 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행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은 일정 기간 아동 관련 기관 운영과 취업이 1년간 제한된다. 벌금형의 경우 일반적으로 1년, 징역형은 3~10년간 아동 관련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 유소년 체육 시설도 현행법상 아동 관련 기관으로 규정되기에 손아카데미 또한 법원 처분 결과에 따라 당분간 운영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사건 자체가 크진 않지만 증거가 뚜렷해 벌금형 등 처벌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춘천지검은 지난 4월 강원경찰청에서 이 사건을 송치 받아 조사 중이다. 지난 2일에는 손 감독 등 3명에 대해 첫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이 기소를 결정할 경우 손 감독에 적용될 혐의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경찰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이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손 감독 측은 단순폭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아동학대까지는 아니라는 입장으로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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