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제 때 안뜨면 정액 보상”…‘항공기 지연 보험’ 중복가입 막는다
“설익은 가이드라인” 손보업계 볼멘소리
업계 차원에서 중복가입 방지 시스템 검토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국내 첫 지수형 보험인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 출시가 내달 예고된 가운데 ‘중복가입’ 대책을 놓고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손보험이 아닌 정액보험인데도 중복가입 시 비례보상하라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조차 미비해 손해보험업계는 자체적으로 중복 조회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참조요율을 최근 업계에 배포했다. 보험사는 이 참조순보험요율을 바탕으로 상품을 이르면 8~9월 출시할 예정이며 소비자는 여행자보험 가입 시 이 상품을 특약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은 출발이 2시간 이상 지연되거나 결항될 경우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이다. 현재 항공기 지연·결항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은 실제 손해만큼 보장하는 ‘실손형’으로 판매 중이다.
문제는 중복가입 때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항공기 지연 보험에 중복 가입해도 실제 손해액 내에서 ‘비례보상’하라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례보상이란 중복 가입해도 내가 받는 보험금이 증가하지 않고 피해액을 각각의 보험사가 나눠 보상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실손보험에서 적용된다.
예를 들면 1시간 지연에 2만원을 보장하는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을 두 개 가입한다면, 정액형 보험인 만큼 각사별로 2만원씩 총 4만원을 지급받아야 하는데, 비례보상 조건이 붙는다면 각 사별로 정산해 1만원씩 총 2만원만 지급받을 수 있다.
문제는 가입자들이 어떤 담보에 얼만큼 가입했는지 보험사 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 해외여행자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계약 정보를 신용정보원에 집중시키도록 해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긴 했지만, 이를 통한 담보 조회는 제한돼 있다. 현재로서는 보험사간 연락해 일일이 정산한 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실정이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정액형 담보는 타사에서 가입하면 중복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인데, 가이드라인에서 비례보상하도록 정해놨다”라며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한 것 같지만 2만원, 4만원 하는 담보들로 모럴해저드가 일어날 가능성이 적고, 비례보상을 위한 중복조회 확인시스템도 미비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라고 말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처럼 중복가입을 원천차단할 수 있는 방법도 없는 상황이라 논란은 더해진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복가입 시 팝업창을 띄워 안내 문구로 중복가입을 방지하라고 명시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럼에도 소비자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중복가입을 진행한다면 막을 방법은 없다”라며 “중복가입에 대한 책임을 모두 보험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결국 손해보험업계는 중복가입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을 자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출시 전까지 신용정보원 정보를 활용해 중복조회 시스템을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례보상 논란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지수형보험은 정액형보험이지만 실손보험 형태가 강하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중복가입을 방지하는 건 ‘보험사들이 해야 하는 의무’라고 반박했다. 중복가입을 방지 못한 보험사들의 책임보상 차원이라는 설명으로 해석된다.
항공기 지연 보험은 지수형보험 1호 상품인 만큼 중복가입에 대한 대책을 초기부터 잡고 가야한다는 이유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보상금액과 약정한 금액이 크게 벌어지는 것을 대비해 미리 컨트롤 해야한다”라며 “지금은 여행자보험이라 낮은 금액이지만 지수형보험은 앞으로 날씨보험 등 가입금액이 큰 상품으로도 발전해나갈 것이다. 이를 대비해 첫 상품부터 모럴해저드 방지 방안에 신경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보업계가 자체적으로 중복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권장한다”라며 “중복가입 방지 의무를 약관에 넣을 예정이라 보험사들의 설명 의무도 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수형 항공기 지연보험 활성화는 해외여행자보험 점유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여행자 수는 2019년의 79.1% 수준에 그쳤지만, 해외여행자보험 원수보험료는 108.7%로 늘었다. 여행자보험에 대한 가입자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현재 여행자보험 시장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메리츠화재 등 대형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여행보험 시장 수입보험료의 90.2%가 상위 6개사에서 발생했다.
이후 카카오페이손보가 해외여행보험을 출시하며 점유율 1위를 달성해 업계의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보험은 작년 6월 출시됐는데, 지난 5월 말 기준 출시 1년도 안 돼 가입자 130만명을 돌파했다. 다만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수형 보험 상품 출시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j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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