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추가분담금 '1000억원'… 공사비 적정성 16곳 조사

김성아 기자 2024. 7. 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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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분쟁으로 주택 공급 감소 심화
공사비 분쟁이 올해 수도권 공급 물량을 결정 지을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5월 재개발 심의를 통과한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일대 모습. /사진=뉴스1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공사비에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 사업 현장이 전쟁터로 변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되고 중대재해 관리비용 증가와 주52시간제에 따른 인건비 상승으로 시공사들은 정비사업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은 추가분담금 1000억원을 통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정비사업 시공사의 공사비 적정성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들어 이달 10일까지 16개 사업지에 대한 공사비 검증을 완료했다. 제도가 시행된 2019년 불과 3건에 그쳤던 공사비 검증 건수는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 ▲2023년 30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14건을 수행해 지난해 수준의 공사비 검증 사업을 완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비 검증은 공사비를 일정 비율 이상 증액하려는 정비사업 조합이나 시공사가 정부 산하 기관 등에 의뢰해 적정성을 검증받는 제도다. 사업 기간이 긴 정비사업의 특성상 물가 상승률을 따라 공사비가 오르면서 기존 계약금액으로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시공사들의 요청으로 조합과의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에 투입된 재료와 노무, 장비 등 직접공사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5월 130.21로 집계됐다. 통계를 집계한 2000년 1월 이후 최고치다. 통상 공동주택(아파트) 공사 기간이 3~5년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2019년 5월(97.77) 대비 33.2%, 2021년 5월(110.11) 대비 18.3% 상승했다. 도급계약 당시보다 추가 20~30%의 공사비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공사비 검증을 실시한 시공사 관계자는 "급격한 건설 원가 상승으로 공사비 분쟁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이윤을 최소화한다고 해도 20~30%의 추가 공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조합원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르엘이촌'(이촌현대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롯데건설의 공사비 증액 요청으로 난관을 겪고 있다. 이근수 르엘이촌 조합장은 "3.3㎡(평)당 공사비를 71%가량 인상 요구 받아 공사비 자료를 요청했다"면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수준"이라고 곤란함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추가 분담금 1000억원이 예상되는 위기에 놓였다"며 "공사비 상승을 예상했음에도 과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시공사 선정 시점 미뤄야"


공사비 분쟁으로 정비사업이 지연·중단되는 경우 이주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착공 후 통상 3년 이상 소요되는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의 주거 불안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부동산 R114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현재 정비사업 시행 인가를 받은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지 67곳 중 39.1%(27곳)는 2년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19곳은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지연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레미콘 등 건설기계·자재 업계가 총파업에 돌입하며 공사 중단 사태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건설업체들이 3.3㎡(평)당 공사비 900만원도 낮다는 말이 나온다"며 "공사 적자를 피하기 위해 수주조차 하지 않겠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한국부동산원이 전담해 오던 공사비 검증을 올해부터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로 확대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사비 검증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공사가 제공한 자료를 통해 공사 원가를 정확하게 산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공사비 내역엔 각종 자재 외에 조합 운영비와 금융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점과 지역 특수성에 따라 공사비 차이가 크게 난다"며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공사비 검증은 권고 사항일 뿐 강제성을 갖는 제도가 아니어서 조합과 시공사가 협의해 타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의 소위 '깜깜이 관행'을 정비하고 시공사 선정 단계를 현행보다 미뤄 물가 상승률 반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서울시는 조합의 사업비 조달을 위해 사업 시행 인가 전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최종 공사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정비사업의 경우 10년 안팎이 소요돼 수주 시점의 공사비와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김성아 기자 tjddk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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