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 불똥 튄 '노태우 비자금'…국세청 조사 여부 '촉각'
유영규 기자 2024. 7. 1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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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입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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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새롭게 드러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증여세 과세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과세 당국이 이 자금을 '불법 통치자금'으로 보고 과세를 본격화할 경우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6공화국의 비자금 실체가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어제(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처음 언급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강 후보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900억 원대 자금의 과세 여부를 묻는 말에 "시효나 관련 법령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12·12 군사쿠데타의 성공에 기반해 조성된 불법 통치자금에 대해서는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시효·법령 등에 문제가 없고 900억 원대의 자금이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이 맞는다면 과세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셈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다시 주목받게 된 것은 최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입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 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했습니다.
결국 이 '300억 원'은 1조 3천800억 원에 달하는 재산분할을 결정하는 핵심 근거가 됐습니다.
당시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 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 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이 메모지 한 장을 통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입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904억 원은 음지에서 양지로 처음 나온 돈이고 불법 자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국세청에서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강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의 자금에 대해 시효·법령 등 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6공화국의 불법 통치자금과 관련된 추가 과세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4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까지 확인돼 추징된 액수는 2천682억 원 수준입니다.
비자금으로 확인돼도 국고 환수는 공소시효 도과 등 어렵지만 증여세 과세는 이와 달리 볼 여지가 있습니다.
메모에 기재된 자금이 불법 비자금으로 확인될 경우 증여세 등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포탈한 경우 해당 재산의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부터 1년 이내에 과세할 수 있습니다.
과세 당국이 노 관장 측이 주장한 '자금 메모'를 인지한 시점, 즉 2심 판결일(2024년 5월 30일)을 '상속·증여가 있음을 안 날'로 보면 징수권 행사가 가능한 셈입니다.
실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재용 씨에게 흘러 들어간 비자금에 뒤늦게 증여세가 부과된 사례도 있습니다.
재용 씨는 2004년 외조부에게 액면가 167억 원 상당의 국민주택채권을 받고도 이를 은닉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서대문세무서는 그에게 증여세 41억여 원을 부과했습니다.
재용 씨는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채권 매입자금 중 액면가 73억 5천여만 원의 실제 증여자는 전 전 대통령으로 봐야 하고 나머지 93억 5천여만 원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개연성이 높다며 과세 요건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만약 당국이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 원에 대해 과세 절차에 착수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새로운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비자금 규모가 확인되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비자금 조성 시기가 30년 넘게 지난 만큼 자금을 추적해 비자금의 실체를 단기간에 규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뒤따릅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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