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지하동굴 첫 발견…기지로 쓸 만하다
아폴로 11호 착륙지역 인근서 찾아
테니스장 14배…유인기지에 적합
지금과 같은 건축 도구와 자재가 없던 선사시대의 인류는 자연에서 안식처를 찾았다. 그중 최고의 거처는 동굴이었다. 수만 년 전 인류의 유골이 발견된 곳도 대부분 이 동굴 안이다. 초기 인류에게 동굴은 눈이나 비, 추위나 더위를 피하고 외부 침입자나 맹수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보호막이었다.
지구의 건축 도구와 자재를 가져갈 수 없는 달에서 미래의 우주비행사들이 머물 수 있는 최고의 기지 후보도 역시 동굴이다.
동굴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다. 무엇보다 지하 동굴에서는 달 낮과 밤의 극심한 기온차가 덜하다. 대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달 표면은 낮에는 120도까지 치솟고, 밤에는 영하 170도까지 떨어질 정도로 기온차가 크다.
또 지하 수십 미터 아래의 동굴은 대기라는 차단막 없이 그대로 달 표면에 꽂히는 우주방사선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두터운 차폐막이기도 하다. 달 표면의 우주방사선은 지구보다 최대 150배나 강하다. 지하에선 어느 때 날아와 떨어질지 모르는 운석의 피해도 방지할 수 있다.
동굴 깊이는 130m, 폭은 45m
달 표면에서 달 기지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용암 동굴 입구가 발견됐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연구진은 미 항공우주국(나사)의 달정찰궤도선(LRO)이 달 표면을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달 앞면 ‘고요의 바다’ 지역에서 폭 100m 크기의 구덩이가 지하 동굴로 연결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동굴은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땅속을 흐르면서 만든 공간으로 길이는 30~80m, 폭은 45m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굴의 위치는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을 유인 탐사한 아폴로 11호가 착륙한 지점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연구를 이끈 로렌조 브루조네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이론적으로만 가능성이 거론되던 달 지하 동굴을 실제로 확인한 건 처음”이라며 “향후 달 기지 건설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확인한 동굴의 크기는 면적으로 치면 테니스장 14개에 해당한다.
과학자들이 그동안 달 표면에서 발견한 구덩이는 200여 개다. 이 가운데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곳은 동굴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이트’ 구덩이다. 스카이라이트는 동굴 입구에 난 구멍으로, 용암 동굴 천장이 함몰하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200여 개 구덩이 가운데 16개 정도를 용암 동굴 입구 후보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구덩이가 실제 지하공간이 큰 용암 동굴에 연결돼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09년 일본의 첫 달 탐사 위성 가구야가 촬영한 사진에서 지하 동굴로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80m 깊이의 구덩이를 발견하긴 했으나 확실한 증거를 찾지는 못했다.
달 표면의 혹독한 자연환경 차단
연구진은 2010년 달 정찰 궤도선이 촬영한 고요의 바다 구덩이 중 가장 깊은 곳을 레이더로 관측한 데이터에 주목해 분석 작업을 벌이던 중 구덩이 서쪽 부분에서 레이더 밝기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시뮬레이션과 함께 지구의 용암 동굴과 비교한 결과, 이런 현상이 생긴 원인은 그 안쪽에 동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동굴의 위치는 지하 130~170m, 동굴이 뻗어나간 방향은 수평이거나 최대 45도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이런 깊이의 동굴은 달 표면의 혹독한 자연환경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달 유인 탐사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기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또 동굴에서 달 진화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흔적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달 표면 환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지하 동굴의 암석을 분석하면 달 화산 활동 연대와 지속 시간, 그리고 달 맨틀의 구성 성분 등에 대한 중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50-024-02302-y
Radar evidence of an accessible cave conduit on the Moon below the Mare Tranquillitatis pit.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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