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판사 씨 마른다…법원 고령화에 2심서 뒤집히는 판결 확 늘어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4. 7. 1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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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법관 공백 메우기 힘든데
임용조건 갈수록 더 깐깐해져
법조 경력 내년부터 5년→7년
“40대가 연봉 깎으며 오겠나”
법관 고령화에 재판의 질 저하
“재판 지연이 사법부의 최대 과제라고는 하지만 한국 판사만큼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는 나라는 드뭅니다. 오랜 시간 재판 현장을 책임진 ‘베테랑 판사’들이 버티고 있는 덕분입니다.” (지방법원 A 부장판사)

법원 내부에서 법조일원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판사 개인의 경험과 기량이 중요한 현행 재판 제도와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륙법 체계를 받아들인 우리나라 사법 제도에선 판사가 직접 증거와 법리를 검토하고 사실인정을 한다. 완성도 높은 판결문을 작성하는 일도 판사의 몫이다. 사법시험을 통해 선발된 우수한 인원이 합의부 배석판사 단계부터 차근차근 훈련을 밟는 직업법관제가 자리잡은 배경이다. 오랜 경험을 쌓은 판사 개인의 ‘축적된 시간’이 재판의 질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갓 임용된 판사는 7년여간 합의부 배석판사로 일하며 재판장을 도와 사건을 처리한다. 배석판사는 자료조사와 기록·법리 검토, 판결문 초안 작성 등 업무를 맡는다. 부장판사 선배들에게 ‘도제식 교육’을 받으며 단독 재판장을 맡을 수 있는 숙련 판사로 거듭나는 것이 판사가 성장하는 경로였다.

그러나 이같은 법관 육성 체계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법관 수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법관 임용에 필요한 법조 경력이 5년에서 7년 이상으로 높아진다.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로펌의 절반 수준 보수를 받으며 고된 배석 업무를 소화해야 한다. 이런 핸디캡을 감수해가며 법원을 택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젊고 우수한 인재들이 외면하면 법관들의 평균적 역량이 떨어지고 고령화되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판사를 뽑고 법관의 관료화를 막는다는 법조일원화 취지 자체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법조일원화 논의가 처음 시작된 20년 전과 비교해 판사의 위상과 처우가 크게 달라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미 재판의 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령 항소심에서 1심 결과가 뒤집히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은 1심 재판부 심리가 부실해진 영향일 수 있다. 본지가 법원통계월보를 참고해 고등법원에서 파기된 1심 판결의 비율을 확인한 결과 민사 사건의 파기율은 2021년 29.9%에서 2022년 37.9%로, 지난해는 43.9%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재판부별 편차가 과거보다 심해진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배석판사는 3~5년, 재판장은 10년 이상으로 경력 요건을 다르게 두는 법조경력 이원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마저도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많다. 아무리 경력 10년 이상 법조인이라도 판사 업무에 적응할 시간 없이 곧바로 재판장을 맡는 건 한국 재판 방식에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로펌과 법원의 보수 차이를 생각하면 경력 10년 이상의 변호사가 판사가 되려고 지원할 유인 자체도 적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판사는 균형감이 필요한 반면 변호사는 의뢰인을 위해 가장 유리한 주장을 펼치도록 훈련된다”며 “변호사에게 바로 재판장을 맡기는데 심리적 저항이 적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조 대법원장이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배심원제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대륙법 체계와 법조일원화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법조일원화를 채택한 영미법계에서 판사의 역할은 ‘진행자’에 비유될 정도로 소극적이다. 증거를 통한 사실인정을 배심원들이 맡을 뿐 아니라 재판 결론도 배심원들의 평결에 따른다. 우리나라처럼 판단 이유가 상세히 기재된 판결문도 찾아보기 어렵다. 따로 장기간 훈련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단독 재판장으로 투입이 가능한 구조다.

법조경력을 지금처럼 5년으로 유지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본회의에서 결국 부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아직 논의되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내년 1월 법관 임용 공고 전에 입법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빠듯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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