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당첨 최소 70점 ‘청약 장벽’… 신혼·다자녀는 ‘특공’ 노려야[Who, What, Why]
무주택 15년 ‘만점통장’ 등장
강남권 당첨 땐 20억 시세차익
미분양·부적격 취소 발생할땐
가점 낮아도 무순위‘줍줍’가능
당첨 희박해지자 해지율 늘어
6월 해지, 전월 대비 3.7만명↓
우리나라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 5월 말 기준 2554만3804명이다.
이 중 약 70%는 1순위 자격을 갖고 있다. 1순위 자격이란 청약 가입 기간 2년에 예치금을 납입한 경우 등으로 한정된다. 1순위에 해당하지 않으면 2순위 청약 물량을 노려야 하는데 인기 많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1순위 청약에서 분양 경쟁이 끝난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전 국민의 절반에 육박하는 건 청약통장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 ‘청약 당첨은 로또’란 말이 일상화되고 있다. 주요 단지들은 청약 경쟁률이 수백, 수천 대 1에 달하기 때문에
주위에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을 했다는 사례는 희귀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청약 당첨으로 5억 로또, 10억 로또를 맞은 소수의 행운아가 존재하고, 정부에서도 청약통장 납입 한도를 월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하는 등 전 국민이 성실한 청약통장 납입자가 될 것을 암묵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청약통장으로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이 이 시대에 정말 가능한 일일까? 청약통장의 메커니즘과 청약통장을 통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청약이란 정부가 희소한 재화인 주택을 공평하고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분양 방법의 조건과 방법, 기준을 정해 놓은 것이다. 청약을 신청하기 위해선 청약통장을 개설하고 특정 보유 기간과 입금 횟수를 충족해야 한다. 청약통장에 쌓인 돈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적립돼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주택 도시 관련 사업에 활용된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고 당첨 확률이 낮아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지속 감소 추세라고 하지만 여전히 청약통장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20년 넘게 청약통장에 월 10만 원씩 따박따박 납부한 세월이 무색하게, 청약 당첨의 벽은 점점 더 높아만 가고 있다.
◇점점 높아지는 당첨 커트라인 = 최근 수도권 주요 지역 청약 시장에서는 만점 통장이 잇따라 등장했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돼 7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된 경기 과천시 디에트르 퍼스티지뿐 아니라 시세에 근접한 분양가가 책정됐던 경기 성남시 산성역 헤리스톤에서도 만점 통장이 등장했다. 평당 5100여만 원으로 비강남권에서 최고 분양가를 자랑했던 마포자이힐스테이트라첼스에서도 당첨선은 70점대, 커트라인(59㎡ A타입)이 69점에 형성됐다. 주거 환경이 양호하고 시세 대비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가 아니라면 적어도 60점 후반대는 돼야 당첨권이다.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을 노려볼 수 있는 분상제 지역의 경우 당첨 커트라인이 70점대로 형성된다. 69점은 4인 가구, 74점 후반대는 5인 가구, 84점 만점은 7인 가구가 15년 동안 무주택을 유지해야 획득 가능한 점수다. 그 외 가구원 전원이 무주택자여야 하고 청약 당첨 이력이 없어야 한다는 등 복잡한 규정들이 있다.
청약 경쟁이 이처럼 치열해지고 있는 이유는 일단 주요 지역의 분양 물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도시 주요 지역의 경우 신규 아파트는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될 수 있지만 정비사업은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히고설켜 추진이 쉽지 않다. 최근엔 원자재 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재건축과 재개발의 사업성이 더 떨어졌다. 이 가운데 분상제 적용을 받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공공택지에 지어진 아파트는 시세 대비 수억 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분양 시장에 나와 청약 대기 수요가 몰린다. 분상제 적용 지역이 아니더라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보증을 무기로 한 분양가 통제로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 책정을 유도한다. 일반 매매에 비해 청약에 수요자가 몰리는 이유다. 청약 경쟁률이 치솟아 당첨 확률이 희박해지자 청약통장 해지율이 늘고 있다. 지난달 말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0만6389명으로, 5월 말 대비 가입자 수가 3만7415명이나 줄었다.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 청약 제도가 처음 도입된 시점은 아파트 투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1970년대다. 1977년 국민주택청약부금이 탄생할 당시 건설부는 가족이 있는 무주택 가구주에게 가입 자격을 주고 한 달에 한 번씩 6회 이상 넣어 50만 원 이상이 되면 청약 1순위 자격을 부여했다. 당시 공공부문이 짓는 아파트 청약 우선순위 조건에 영구불임 시술자가 포함됐다. 이후 저출생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자 2006년부터는 3자녀 이상을 둔 무주택 가구주에게 특별공급 우선권을 줬다. 복잡한 규제는 편법을 부추겼다. 금수저 집안의 자녀가 청약 당첨을 위해 고의로 무주택을 유지하거나 위장 전입을 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청약 제도는 꾸준히 손질되고 있다. 개편의 핵심 이유는 청년·신혼부부, 출산 가구 등 2030세대에게 당첨 기회를 더 주겠다는 것이다. 2022년 10월 정부는 공공분양에서 청년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가점제였던 일반공급에 추첨제를 도입했다. 민간 분양에서도 일반공급 추첨제를 확대했다. 민간 분양에서 신생아 우선 공급을 20%에서 35%로 늘렸고,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50%를 출산한 가구에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커지는 청약 당첨 차익 = 이 같은 청약 제도의 변천은 당시엔 그만한 정책적 필요가 있었으나 땜질식 수정이 켜켜이 중첩되면서 제도가 지나치게 난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약 당첨 후 부적격 처리자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5만여 명을 넘어설 정도다. 게다가 분상제와 결합되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졌다. 참여정부 시절 아파트 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고분양가가 지목되면서 민간 아파트에까지 분상제가 실시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사실상 폐지됐다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말부터 부활했다. 현재 분상제는 공공택지나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규제 지역으로 묶인 민간택지에 적용된다. 강남권에 공급되는 분상제 아파트는 많게는 10억∼20억 원까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분상제 적용 단지로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은 ‘래미안 원펜타스’부터 잠원동 신반포4지구 재건축 ‘메이플자이’, 강남구 도곡동 도곡삼호 재건축 ‘래미안 레벤투스’, 청담동 청담삼익 재건축 ‘청담르엘’ 등이 있다.
◇당첨 확률 높은 특별한 통장 = 특별공급은 일반공급과의 청약 경쟁 없이 별도로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신생아·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유형 등이 있다. 소득과 자산을 비롯해 각 유형에 맞는 자격 요건을 갖춰야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가점이 낮다면 대상이 되는 특별공급 유형을 알고 전략적으로 청약에 나서는 것이 일반공급보다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일반공급에서는 ‘1순위·당해 지역’ 거주자가 당첨 확률이 가장 높다. 1순위와 2순위는 청약통장의 가입 기간과 납입금에 따라 나뉜다. 가입 기간은 지역별로 6개월∼2년이다. 투기과열지구와 청약과열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2년이 지나야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 외 지역은 수도권은 1년, 비수도권은 6개월 이상 가입하면 1순위 자격이 주어진다. 이 밖에 청약통장 납입 인정 금액이 지역별 예치금액을 넘겨야 한다. 원칙적으로 해당 주택이 있는 곳과 인접 지역에 거주해야 청약이 가능한데, 서울의 아파트는 서울·인천·경기 거주자만 청약할 수 있다. 단, 서울에서 2년 이상 거주해야 1순위·당해 지역으로 청약 신청을 할 수 있고, 인천·경기 등 인접 지역 거주자 또는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한 서울 거주자는 ‘1순위·기타 지역’으로 분류되는 식이다.
◇가점 낮아도 문은 열려 있다 = 일반 분양 시장에선 청약가점이 낮으면 당첨 가능성도 작지만 이른바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은 예외다. 청약통장과 가점을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순위 청약 물량은 미분양이 났을 경우, 당첨자의 청약 자격 부적격으로 취소된 물량이 나올 경우 등에 한해 드물게 나온다. 최초 분양 시점이 수년 전이라면 엄청난 시세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 때문에 무순위 줍줍은 로또를 방불케 한다. 지난해 6월 무순위 청약이 진행된 서울 동작구 ‘흑석자이’ 84.94㎡에는 10만4924명이 몰렸다. 분양가는 9억5650만 원이며, 같은 평형대는 지난해 7월 15억9500만 원 최고가에 거래돼 7억 원에 달하는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 지난 2월 강남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3가구 무순위 청약엔 최대 20억 원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면서 101만3466명이 몰리며 33만78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김영주·이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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