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눈높이 못 맞춘 은행 CEO승계절차…금융지주 겨냥했나

이경남 2024. 7.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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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 이사회에 "구체성 떨어져" 지적
연말·내년초 은행장·지주 회장 줄줄이 임기 만료
JB금융도 "CEO 후보군 관리 미흡" 지적받고 개선

금융감독원이 연말부터 시작되는 은행장들의 대규모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은행 이사회 일원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CEO를 선임하는 과정을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번에 보낸 메시지가 '은행'만을 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은행장 뿐만 아니라 주요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 종료도 동시에 예정된 가운데 금융지주 회장들의 경영승계 또한 그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보완할 사항 많다"는 금감원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 금감원은 이준수 부원장 주재로 18개 국내은행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은행의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주문했다. 지난해 말 금감원이 내놓은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장 선임 절차를 좀더 명확히하라는 지적이다. 

금감원이 은행들에 지배구조를 다시금 강조한 데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장들의 임기가 연이어 종료되는 것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11월 강신숙 수협은행장을 시작으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황병우 IM뱅크 은행장 △고병일 광주은행장 △백종일 전북은행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이날 이준수 부원장은 "은행의 지배구조 계획은 지난해 발표된 지배구조 모범관행 취지에 맞게 수립되고 이행했다"라면서도 "일부 항목의 이행시기가 너무 늦거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아직 보완할 사항이 많다"고도 지적했다.

결국 금감원이 CEO 경영 승계 과정을 '구체화' 해 보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한다. CEO 후보군 관리 내역, 사외이사들의 CEO 후보군 평가 명문화 방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같은 방안이 도입되면 금융지주 회장이 CEO 인사권을 바탕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경향이 줄어들고 사외이사들이 조금 더 독립적으로 CEO선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자식' 불러서 '부모' 얘기했나

금융회사들은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금융회사들은 CEO 선임 과정을 대외에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주요 경영 상황을 대외에 노출하는 것이라고 본다. 

더욱이 이같은 금감원의 지적은 은행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라는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은행장들 뿐만 아니라 주요 지주 회장들도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연말 종료되고 내년 3월에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금융지주 회장은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명목상으로는 금융지주 회장의 입김이 닿지 않는다. 과거 사외이사 선임권을 금융지주 회장이 갖고 있어 '셀프연임'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이후 금융지주 회장에게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지 않도록 제도도 정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론 사외이사들과 회장의 관계가 긴밀할 수밖에 없다. 사외이사들과 대면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현직 CEO들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법적 리스크가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사외이사들의 지지가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이번 정부들어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 CEO 선임 과정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정부 초기에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회장들의 임기가 남아있어 관치에서 한 발 물러났던 금융지주들이 이번에는 대상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실제 JB금융지주는 CEO 승계 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금감원 정기검사 결과 CEO 상시후보군 관리와 이에 대한 정기평가 미실시 등으로 지적을 받았다. 이를 반영해 조만간 이사회에서 대폭 손질한 CEO승계절차를 의결한다는 계획이다. ▷관련기사 : [단독]김기홍 회장 임기 만료 앞둔 JB금융, 승계계획 '새 틀' 마련(7월 11일)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농협, 신한, 우리 등 굵직한 금융지주 CEO 선임 과정에 금융당국이 개입해 교체되는 사례들이 있었다"라며 "이번에도 대상에 포함된 금융지주들을 겨냥한 메시지를 은행 이사회 의장들에게 전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지금도 충분"…고민커진 금융사

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 마련된 경영승계 프로그램도 과거 셀프연임, 장수 CEO 논란 이후 지속적으로 손 봐 오면서 선진국 수준으로 투명하고 공정성이 갖춰졌다"라면서도 "당국이 요구하는 것은 외부에서 CEO 후보군에 더욱 쉽게 접근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외풍'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금융당국의 지침을 마냥 무시하기도 힘들다. 지난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선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정성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은행 및 은행지주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마련돼 있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그대로 감독당국에 제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원하는 방침과 회사의 경영 자율성을 지킬 수 있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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