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까지 정말 완벽하지 않았나" 감탄…최고 156km 쾅! 스플리터도 무려 145km, 두산 新 에이스가 보인다 [MD울산]
[마이데일리 = 울산 박승환 기자] "너무 좋았다"
두산 베어스 조던 발라조빅은 지난 1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동안 투구수 93구, 1피안타 4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다.
두산은 올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 선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4월 '150만 달러(약 21억원)'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부상으로 모두 이탈했던 까닭이다. 그중 두산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었던 것은 알칸타라였다. 브랜든은 부상에서 돌아온 뒤 제 기량을 뽐냈지만, 알칸타라는 아니었다. 구속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과 다름이 없었으나, 잘 맞은 타구들이 꾸준히 생성되는 등 좋았을 때와 완전히 상반된 모습이었다.
이에 두산은 지난 4일 '칼'을 뽑아들었다. 알칸타라를 웨이버하고, 최고 156km의 강속구를 뿌리는 조던 발라조빅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발라조빅은 지난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53순위로 미네소타의 지명을 받은 선수로 마이너리그 성적은 138경기(83선발)에서 29승 28패 7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40, 메이저리그에서는 지난해 18경기에 등판해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4.44의 성적을 남겼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선발로 뛰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KBO리그행을 택했다.
"국에 오게 돼 설렌다. 지난해와 올해를 제외하면 커리어 내내 선발투수로 준비했다"며 "우승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팀에서 날짜를 정해준다면 바로 등판 가능할 만큼 준비가 돼있다. 두산 베어스가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며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발라조빅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시차적응을 마친 뒤 14일 처음 홈 팬들 앞에 서게 됐다.
데뷔전에서 선보인 발라조빅의 투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두산이 괜히 '1선발' 알칸타라를 떠나보내고 영입한 것이 아니었다. 발라조빅은 1회 경기 시작부터 최고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는 등 김지찬-이재현-구자욱으로 연결되는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내며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2회 강민호를 141km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뒤 이성규에게 처음 볼넷을 내주며 출루를 허용했으나, 133km 너클 커브를 통해 윤정빈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박병호를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냈다.
탄탄한 투구는 계속됐다. 발라조빅은 3회 류지혁을 150km 직구로 얼어붙게 만든 후 전병우에게 처음 안타를 맞았다. 이로 인해 실점 위기가 마련됐으나, 김지찬을 2루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쌓았고, 전다민까지 2루수 땅볼로 요리했다. 흐름을 탄 발라조빅은 4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고, 구자욱과 강민호, 이성규로 연결되는 타선을 다시 한번 군더더기 없이 잡아내면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발라조빅의 투구에서 가장 아쉬웠던 장면은 5회였다. 당초 투구수 80구가 예정돼 있었던 발라조빅은 강력한 의지 속에서 5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는데, 선두타자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주며 이닝을 시작했다. 이후 박병호를 삼진, 포수 양의지의 도움 속에 2루 도루를 시도한 윤정빈까지 지워내며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만 남겨두게 됐다. 그런데 이때 류지혁과 전병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면서 크게 흔들리면서 결국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교훈이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하면서 4⅔이닝 1실점으로 첫 등판을 마치게 됐다.
첫 등판에서 예정됐던 투구수 80구를 훌쩍 넘긴 것은 물론 최고 156km의 빠른 볼(41구)을 바탕으로 슬라이더(27구)-커브(14구)-스플리터(11구)를 섞어 던지며 최소 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묶어낸 발라조빅의 투구는 어떻게 보였을까. 이승엽 감독은 16일 울산 롯데전에 앞서 발라조빅에 대한 질문에 "너무 좋았다. 80구까지 던지고 교체를 했어야 했는데, 4회까지 아주 좋았다. 이후 삼진과 도루 저지로 투아웃이 되면서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가 1개가 남았는데, 그 부분에서 발라조빅도 욕심이 있었다. 다만 볼넷, 볼넷이 나오더라. 그래도 첫 선발 등판을 고려하면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80구가 예정된 상황에서 93구까지 던진 배경은 발라조빅의 의지였다. 사령탑은 "본인이 '기가 들어가 있다. 한 번 해보겠다'고 하더라"며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던 것이 다음 등판의 빌드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말에 "그럴 수 있겠지만, 올해 단 한 번도 60구 이상을 던진 경험이 없다. 일단 5일째 쉬고 어느 정도 투구를 할지는 휴식을 보면서 결정을 해야 할 것 같다. 발라조빅 본인은 스태미나가 그렇게 떨어지거나 하는 것 같진 않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최고 156km의 강속구는 물론 145km까지 찍힌 스플리터와 140km 초반대의 슬라이더까지 뿌리는 모습에서 이승엽 감독은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은 모양새였다. 그는 "굉장히 인상이 깊었다. 커브는 130km대 중반, 스플리터 또한 140km 중반까지 나왔다. 슬라이더도 140km 초반이 나오더라. 제구력도 굉장히 좋았다"며 "우리나라 구장에는 고척을 제외하면 마운드에 모두 고무가 있다. 처음 불펜 피칭에서 그 부분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았지만,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3회까지 정말 완벽하지 않았나"라고 미소를 지었다.
물론 첫 등판으로 모든 것을 속단할 수 없다. 발라조빅이 좋은 투구를 한 것도 맞지만, 상대 타자들이 발라조빅에 적응할 때까지의 시간도 필요한 까닭이다. 특히 많은 정보가 수집될수록 공략을 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첫 등판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조금 더 던지면 우리 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부푼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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