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⑰ 음악·춤·기술의 만남…첫 무대 오르는 브레이킹

설하은 2024. 7.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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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영역 넓힌 브레이킹…무작위 음악에 역동적 무브 실어 일대일 배틀
2028 LA 올림픽에서는 다시 빠져…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될 수도
우리나라는 비보이 '전설' 김홍열 홀로 출전
하시카와 잇신(일본·왼쪽)을 상대로 배틀을 펼치는 김홍열(오른쪽) [세계댄스스포츠연맹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무대 위 '힙한 옷'을 입은 두 댄서가 있다.

디제이가 무작위로 선정한 리드미컬한 음악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선공에 나서는 선수가 먼저 스텝을 밟으며 들썩들썩 박자를 탄다.

바닥에 두 손을 붙이고는 현란한 발놀림으로 혼을 쏙 빼놓더니, 곧이어 헤드스핀(땅에 머리를 대고 정수리를 축으로 빙빙 회전하는 기술) 등 화려하고 강렬한 브레이킹 기술로 관중의 탄성을 자아낸다.

후공에 나선 선수도 지지 않고 음악 분위기와 박자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무브(동작)로 환호를 유도한다.

상대를 향한 다소 도발적인 표정과 몸짓도 빼놓지 않는다.

세 차례 배틀이 모두 끝나면 심판 9명의 '표심'이 공개된다.

두 배틀러는 승자와 패자로 나뉘었지만, 포옹으로 서로의 무브에 '리스펙트'(존중)를 보낸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공식 훈련 (항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몸이 근질거리는 걸 못 참는 거죠. 최대한 '양'으로 밀어붙이려고 하고 있습니다." 비보이 김홍열(Hong10)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공슈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 가운데 설치된 무대의 바닥을 처음 만져봤다. 오는 6일 이 경기장에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브레이킹 종목 예선이 열린다. 사진은 경기장에서 연습 중인 선수들 2023.10.5

'컬처'에서 '스포츠'의 영역으로 지평을 넓힌 브레이킹이다.

브레이킹은 2024 파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브레이킹 종목이 처음 대회 정식종목으로 치러져 비보이(남자 브레이킹 선수) '전설' 김홍열(Hongten·도봉구청)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힙합 댄스의 한 종류로 탄생한 브레이킹은 음악 중간에 나오는 브레이크 다운 파트(악기 없이 드럼 비트만 나오는 부분)에 맞춰 춤을 춘 데서 유래했다.

각 선수는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울리는 고난도 브레이킹 기술과 예술적인 동작을 선보여 심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기계체조와도 유사한 일부 자세를 취하기 위한 근력과 유연성, 약 3분 동안 고강도 움직임을 소화해야 하는 심폐지구력에 음악성까지 두루 갖춰야 하는 종목이다.

비보이 히로텐의 경기 모습 [세계댄스스포츠연맹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 올림픽에서는 세계 톱 비보이, 비걸(여자 브레이킹 선수) 각 16명이 초대 금메달리스트 타이틀을 놓고 치열한 배틀을 펼친다.

4명씩 4개 조로 나뉘어 라운드로빈을 진행하고 각 조 1, 2위 안에 들면 8강부터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가 이어진다.

한 경기는 3라운드로 구성돼 2개 라운드 이상에서 승리를 거둬야 한다.

각 선수는 무작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어울리는 기술과 예술적인 동작을 60초 동안 번갈아 가며 겨룬다.

심판은 9명이 라운드마다 던진 '표'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평가 기준은 5가지다.

기술의 완성도와 신체에 대한 정교한 컨트롤 등을 보는 '기술성', 무대 사용 반경과 다양한 기술 사용 여부를 보는 '다양성', 선수 개인의 창의적인 움직임을 평가하는 '독창성', 기술 간 매끄러운 연결과 실수 여부 등에 관한 '수행력', 음악의 분위기와 리듬에 어울렸는지를 평가하는 '음악성'을 고루 따진다.

즉, 기술과 예술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최고의 비보이·비걸로 인정받는다.

김홍열, 2023 브레이킹K 시리즈 1차 대회 우승 (서울=연합뉴스) 김홍열이 1일 서울 서초구 서초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 브레이킹K 시리즈 1차 대회' 일반부 비보이 부문 결승전에서 박민혁(Zooty Zoot)을 3-0으로 제압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2023.4.1 [대한민국댄스스포츠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브레이킹 무브는 크게 4가지로 분류된다.

톱록(Toprock)은 본격적인 기술에 들어가기 전이나 기술과 기술을 연결할 때 무대에 서서 음악의 리듬을 타는 무브로, 일종의 준비 동작에 해당한다.

다운록(Downrock)은 바닥에 손과 발, 상체, 하체 등 몸을 댄 상태에서 움직이는 동작으로, 화려한 발재간(풋워크) 등이 포함된다.

파워무브(Power move)는 브레이킹의 꽃이다.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기술 등 각종 고난도 기술을 일컫는다.

헤드스핀을 비롯해 윈드밀(어깨와 등을 바닥에 대고 양다리를 들어 올려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기술), 투사우전드(한 손으로 물구나무를 서 축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축손의 손목을 잡은 뒤 빙빙 도는 기술) 등 각종 회전 기술이 있다.

기계체조와 비슷한 토마스(두 손으로 땅을 짚고 앉은 자세로 엉덩이를 띄워 두 다리의 원심력을 이용해 회전하는 기술), '파워무브의 정점'이라는 에어트랙(양팔로 물구나무를 선 채 두 다리를 힘차게 돌리며 회전하는 기술)도 파워무브에 해당한다.

프리즈(Freeze)는 기술과 무브 도중에 특정 자세로 정지하는 기술을 뜻한다.

보통 한 손이나 두 손을 땅에 짚고 수초를 버텨야 한다는 점에서 뛰어난 균형 감각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올림픽 나서는 비보이 김홍열 (영종도=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브레이킹 출전권을 따낸 비보이 김홍열(Hongten·도봉구청)이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과 인터뷰 하고있다. 2024.6.25 soruha@yna.co.kr

브레이킹 종목은 올림픽이 거의 끝나가는 8월 9∼10일 이틀간 열린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의 중심지였던 콩코르드 광장에서 '젊음'의 상징인 브레이킹이 펼쳐진다.

다만 이번 대회가 브레이킹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무대일 수도 있다.

2028년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는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비보이 올림피언' 김홍열은 8월 10일 혈혈단신으로 메달에 도전한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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