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가계대출 적합성·적정성 집중 점검
대출심사 부실 등 위규행위 발견시 검사로 전환
금소법상 적합성·적정성 위반시 과태료 등 행정제재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잠잠했던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은행 현장점검에 돌입하는 등 가계대출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가계대출 취급 과정에서 은행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적정성·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는지를 따져보고, 위규 사실이 나올 경우 검사로 전환해 과태료 등의 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5일부터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등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취급 관련 현장점검에 돌입했다.
이번 현장점검은 금감원 은행감독국 조사역 3명씩 1조를 이뤄 은행 1곳당 3일 동안 진행된다. 한 은행당 며칠간 고강도 점검이 이뤄지는 만큼 총 점검 기간은 약 2주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 2월·3월간 2개월 연속 감소했으나 4월~6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택경기 회복세에 따른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모기지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로 지난 석 달간 가계대출이 약 14조원 증가했다.
금감원이 은행 현장점검이라는 고강수를 둔 이유는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던 가계부채가 다시 급속도로 늘어나 국내 거시경제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5% 수준으로 2년 연속 하락하며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그러나 최근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100%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국내 가계부채 비율은 101.4%였고, 당시 100%를 넘긴 곳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고, 일부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스트레스DSR까지 추진했는데도 은행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은행들이 감독당국의 눈을 피해 편법으로 가계대출을 과도하게 취급했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현장점검에서 편법으로 가계대출을 취급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우선 금감원은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제대로 징구하지 않거나 심사 절차를 부실하게 이행했는지를 따져볼 계획이다.
은행 직원이 차주의 재산상황·신용상태·변제계획 등 상환능력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가계대출을 취급했다면 이는 금융소비자법상 적합성·적정성 원칙을 위반한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
현장점검에서 금소법 위반 등 위규 상황이 발생한다면 금감원은 검사로 전환해 제재에 착수할 계획이다. 금소법상 불완전판매에 해당되면 신분제재와 과태료 등 행정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또 금감원은 은행이 이사회 승인 없이 경영계획을 수정했는지 가계대출 경영목표 수립 과정을 점검한다. 신용대출을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로 대환하는 등 DSR 한도를 확대하는 꼼수를 저지르진 않았는지도 들여다본다.
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할 뿐 생활자금용도로 사용된다는 측면에서 신용대출과 동일하지만, DSR한도 산출시 만기가 길어 DSR한도가 최대 2.2배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또 지난 2월 도입된 스트레스DSR을 은행권이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KPI에 가계대출 실적을 반영하면 안 된다는 감독당국의 행정지도를 준수하고 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특수은행에 부여된 고(高)DSR 대출 규제 특례를 오남용되는 사례가 있는지도 조사한다.
감독당국은 농업인 대출 등을 취급하는 특수은행에 DSR 70%를 초과하더라도 15% 비중 안에서만 대출이 이뤄지도록 규제 특례를 적용해 왔는데, 일부 은행지점에서는 이를 집단대출 등 주담대에 악용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는 점검차원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며 "점검 과정에서 금소법 위반 등 위규사항이 발견되면 검사로 전환해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g88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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