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아름다운 한국성을 담은 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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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건축에 대하여 묻는다면, 중국의 자금성, 일본의 히메지성, 프랑스의 베르샤유궁전, 스페인의 알함브라궁전 등 단연코 궁궐 혹은 궁전이라고 답할 수 있다.
궁궐은 나라의 통치자가 거주하는 건축으로 당대의 최고기술자들이 모여 계획하고, 설계하여, 조영하였으며, 물론 각 시대에 따라 규모, 배치, 형태 등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건축의 맥락은 같아 궁궐은 각 나라의 국가성격, 즉 국가성을 가장 잘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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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를 대표하는 전통건축에 대하여 묻는다면, 중국의 자금성, 일본의 히메지성, 프랑스의 베르샤유궁전, 스페인의 알함브라궁전 등 단연코 궁궐 혹은 궁전이라고 답할 수 있다. 궁궐은 나라의 통치자가 거주하는 건축으로 당대의 최고기술자들이 모여 계획하고, 설계하여, 조영하였으며, 물론 각 시대에 따라 규모, 배치, 형태 등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전반적인 건축의 맥락은 같아 궁궐은 각 나라의 국가성격, 즉 국가성을 가장 잘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한국성을 가장 잘 내포하고 있는 궁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럴 때면 필자는 "조선왕조와 함께하였으나, 정궁인 경복궁의 그늘에 가려 항상 2번째의 위치를 가지고 있는 창덕궁"이라고 답한다.
한국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수천 년의 역사가 이어져 오면서 자연환경과의 조우를 끊임없이 고민하였다. 건물의 규모는 주변 산세와 땅의 생김새를 고려하였으며, 건물의 형태는 주변 산의 형태와 어울리게 설계하였다. 주변국과 비교한다면, 중국은 넓은 평지에 사각형의 성곽을 쌓아 땅의 중심성을 강조하였고, 일본은 언덕과 산에 건물을 여러 겹 쌓아 올려 수직성을 강조하였다. 지형의 규모와 형태에 맞추어 건물을 나지막하면서도 여러 방향을 바라보면서 배치하는 우리나라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조선 초기 성리학자들은 옛 중국 주나라의 궁궐 건설 방식을 근간으로 한 예제건축을 연구하여 경복궁에 광화문과 흥례문, 근정문, 근정전과 사정전, 강녕전과 교태전 등을 남북축선 일직선상에 놓이게 함으로써 대표적인 유교식 궁궐건축을 선보였다. 이는 이전의 궁궐배치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전의 궁궐배치는 일직선 배치가 아닌 'ㄱ자' 배치, 혹은 가로배치 등을 사용하였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후대에 만월대로 일컫는 개성의 고려 본궐이다. 고려 본궐은 정문에서 정전에 이르는 건물은 남북축을 이루지만, 침전 영역으로 전개되면서 서편으로 틀어 배치하였는데, 이는 자연의 지세를 이용하여 'ㄱ자' 형태의 배치를 만든 것이다.
경복궁의 입지는 도시의 북서편 산 밑 경사지에 위치한 고려 본궐과 같게 하면서 건물의 배치는 중국의 궁궐과 같게 하였다. 한국성의 전통 건축계획수법과 성리학적 사고관이 융합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창덕궁은 조선 태종이 전통적 건축계획을 근간으로 자연의 지형을 온전히 순응하여 건물을 서편에서 동편으로의 가로방향으로 전개하였으며, 자연 지형에 따라 굴곡지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주거건축에서 사용하였던 배치기법이 궁궐에 그대로 적용되었음을 볼 때, 태종은 경복궁의 중국식 궁궐 배치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중국의 성리학을 숭상하는 사대부와의 정치적 긴장 속에서 한국성을 담은 궁궐을 조성함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얻고자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창덕궁의 건물은 그리 규모가 크지 않게 계획하여 높지 않은 북쪽 산과 잘 어울리게 하였으며, 전통 조경의 정수라 알려진 후원은 정자와 연못, 주합루와 연경당 등 한국적 정서가 깊게 스며든 건축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정자는 중국과 같이 연못에 중앙에도, 그리고 일본과 같이 연못에 떨어진 곳에 있지 않고, 연못과 땅이 만나는 곳에 마치 걸터앉아 있는 듯한 모습으로 주변과 동화하였다. 연경당은 사랑채와 안채가 나란히 동서로 위치하여 마당을 이루면서 마루와 온돌방으로 주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창덕궁은 다양한 건축과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을 형성한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건축이라 할 수 있다.
방학과 휴가를 앞둔 이때, 창덕궁에서 가족과 함께 우리나라의 전통건축을 마음껏 담을 수 있는 시간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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