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예방이 최우선의 정책이다

임광섭 충남교육청 민주시민과장

오늘도 업무보고를 들어오는 장학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민주시민교육과의 하루 일과는 늘 이렇게 시작된다.

○○지역 ○○학교의 학교폭력 사안처리 과정에 대한 민원이다. 빈번한 일이라 장학사에게 변호사와 함께 학교를 지원하라고 한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을 알면 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알 수 있다.

사안이 발생하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에 근거하여 처리한다. 학교는 사안이 인지되면 확인서를 받고 지역교육지원청에 보고한다. 교육지원청은 전담조사관을 배정하고 조사관은 학교를 방문하여 사안을 조사한 후 보고서를 작성한다. 다시 학교는 조사관이 작성한 자료를 검토하여 학교폭력전담기구에서 심의를 한다. 이때 사안이 경미한 경우 학교장 자체로 종결하고, 불가능한 경우 교육지원청에 심의를 요청한다.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를 열어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결정하여 학교와 해당 학생·보호자에게 통보한다. 결과에 불복하면 피해·가해학생과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행정심판은 교육청에 구성된 행정심판위원회에서 한다.

매 사안마다 모두 이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세부 사항은 생략한 것이므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복잡하다.사법기관에서나 할 법한 일을 학교와 교육지원청에서 하고 있다. 그것도 법률전문가가 아닌 교사와 장학사가 담당한다. 교육지원청에는 변호사를 채용해 업무를 지원하나 학교는 오로지 교사의 몫이다. 법률에 의거하므로 절차와 기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수업과 생활지도 등으로 지키지 못하거나 서류를 누락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때 담당자는 피해·가해자로의 민원과 법적인 책임까지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누구도 이 업무를 담당하려고 하지 않고 장학사도 기피하는 업무이다. 그래서 학교폭력은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 등 학생 비행예방을 위해 관계형성, 감정코칭, 비폭력대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또한 존중, 배려 등 인성덕목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인권교육으로 인권 감수성을 신장시켜 모두가 존중받는 학교문화를 조성하고자 한다. 이러한 예방 정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때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공공의 장이 될 것이다. 또한 교사는 학생지도에 전념하고, 장학사는 학교현장 지원에 진력하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임광섭 충남교육청 민주시민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