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총기

김재근 선임기자 2024. 7.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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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죽음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게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피살이다.

현재 미국에는 4억정 이상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내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4만2000명이나 됐으며, 이중 2만3000여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바이든 현 대통령이 만든 총기 규제를 풀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최대 총기 옹호 단체인 NRA도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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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정치인의 죽음 중에서 가장 비극적인 게 미국 35대 대통령 존 F. 케네디 피살이다. 그는 1963년 11월 텍사스주 댈러스 시내에서 카 퍼레이드를 하다가 오스월드가 쏜 총을 맞고 숨졌다. 옆에는 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있었다. TV로 생중계를 보던 미국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미국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는 한 두 번이 아니다. 16대 에이브러햄 링컨과 제20대 제임스 가필드 등 4명의 현직 대통령이 총격으로 숨졌다. 제26대 시어도어 루즈벨트와 40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등은 부상을 당했지만 살아남았고, 제럴드 포드는 2차례나 암살 기도에서 벗어났다. 역대 대통령 3명 중 1명 꼴로 암살의 위기를 겪었다.

엊그제 미국 유력 대선 후보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암살당할 뻔했다. 유세 도중 총격을 받았으나 귀에 맞고 가까스로 죽음을 면했다. 범인은 20세의 매슈 크룩스라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트럼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인기가 급상승, 선거판의 승세를 잡았다. 테러에 대한 반감이 큰 데다가 총격 직후의 기민하고 강인한 대처가 유권자의 호감을 산 것이다.

현재 미국에는 4억정 이상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100명 당 120.5정을 갖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총기를 많이 소지한 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4만2000명이나 됐으며, 이중 2만3000여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무차별 난사 사건도 650건이나 발생했다.

미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총기의 나라'이다. 1791년 수정헌법 2조에 총기 소지 자유를 규정했는데, 건국 초기 혼란 속에서 태어난 이 규범을 2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역시 총기 소지 옹호론자이다. 바이든 현 대통령이 만든 총기 규제를 풀겠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 최대 총기 옹호 단체인 NRA도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 그가 총을 맞은 게 아이러니하고, 총을 맞은 그의 인기가 더 올라가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혼돈과 모순으로 가득찬 채 꾸역꾸역 세계 최강국의 면모를 유지해가는 미국 사회가 불가사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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