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야구직관 즐길 권리 되찾던 날" 80년대생 김예지 의원X장미란 차관 손잡았다
"차관님이 와주셔서 든든합니다." "의원님, 앞으로도 더 잘 챙기겠습니다."
'열일의 아이콘' 김예지 국회의원(44·국민의힘)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41)이 지난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손을 맞잡았다. 장애인체육에 진심인 80년생 여성의원과 83년생 여성차관이 시각장애인 야구 팬들과 함께 여름밤 야구를 즐겼다. '모두의 스포츠'를 향한 단단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지난 여름, 시각장애 피아니스트 출신 김 의원의 끈질긴 노력 끝에 시각장애 프로야구 팬들을 위한 현장 실시간 중계 음성지원 시스템이 첫 가동됐다. 야구는 시각장애인들의 '최애' 스포츠지만 라디오 중계가 모바일앱으로 대체되면서 시간 지연 '장벽'이 발생했다. 환호성이 쏟아진 15초 뒤 상황을 인지하게 되는 시각장애인은 직관 응원에서 소외됐다. 김 의원은 2022년 고척돔 직관 후 '장애인스포츠 관람권' 입법에 나섰고, 지난해 5월 장애인의 문화 향유, 정보 접근권 향상을 위한 스포츠산업진흥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 지자체가 스포츠산업 진흥을 위한 각종 시책 수립 및 시행시 장애인을 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지난해 8월 잠실, 사직, 광주 3개구장에서 '시각장애인 현장 관람객 대상 음성지원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런데 지난 3월 시즌 개막 후 이 서비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KBO 예산이 줄면서 '이용 실적이 적다'는 이유로 해당 사업이 잘렸다. 직관의 짧은 행복에 열광했던 시각장애 팬들은 낙담했다. 지난 4월, 재선한 김 의원이 22대 국회에서 이 부분을 챙기고 나서면서 다시 희망의 빛이 비쳤다. 문체부가 예산을 편성, KBO의 해당 서비스를 지원하게 됐고, 이날 '시각장애인 현장 관람객 대상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가 재개됐다.
잠실야구장 1루 테이블석, 김 의원, 장 차관 그리고 허구연 KBO총재가 나란히 앉아 '치맥'을 즐기며 팬들과 실시간 야구중계를 즐겼다. "보고를 받고 무조건 현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장 차관의 말에 김 의원은 "정말 감사하다. 차관님이 와주셔서 너무 든든하다. 작년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때도 선수들을 정말 잘 챙겨주셨다"고 인사했다. 장 차관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자 제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화답했다.
김 의원은 "감회가 남다르다. 작년 허 총재님과 함께 이 서비스가 시작되는 과정을 봤고 법까지 만들었는데 예산 등의 이유로 못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야구를 사랑하는 시각장애인 팬들이 재개를 갈망했고, 많은 말씀을 주셨다"고 돌아봤다. "나 혼자 힘으론 절대 안된다. 장 차관님, 유인촌 장관님, 허구연 총재님 등 우리가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잘 유지됐으면 좋겠고, 많은 분들께 더 널리 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단말기 이어폰를 귀에 꽂은 장 차관은 "현장 중계를 들으면서 보니 굉장히 생생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집에서 야구를 접하는 것과 현장음과 중계를 함께 들으며 직접 야구를 만나는 건 너무 다른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팬들을 위한 이 서비스가 쭉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 수요를 늘릴 수 있는 방법, 서비스 확대 방법도 찾아야겠다"고 했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허 총재 역시 "장애인들에게 스포츠는 정말 중요하다. 문체부, 보건복지부와 함께 장애인을 위해 스포츠를 더 잘 활용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KBO도 장애인의 날, 시각, 청각장애 야구팀을 초청해 이벤트를 여는 등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실시간 중계'를 되찾은 시각장애 팬들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열혈 롯데팬' 안제영 신목중 교사는 "'있다 없으니까'라는 노래처럼 서비스가 있다가 사라지니 힘들더라. 개막을 앞두고 단말기 예약번호로 전화했는데 번호가 아예 없어졌더라. 어젯밤 새 예약번호로 전화를 했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실적이 부족해서 서비스가 없어졌단 설명을 듣고 아쉬웠다. 마이너리티 사업은 실적을 따지면 할 수가 없다. 지체장애인이 안와도 경사로는 있어야 하고, 시각장애인이 없어도 점자 유도블록은 있어야 한다. 임산부가 없어도 지하철 임산부 보호석은 비워둬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폰을 꽂은 그는 "방금 캐스터님이 '정안인들과 똑같이 모든 시각장애인들도 야구의 희로애락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하셨다. 감격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쇼다운 동호인' 김동현 판사는 "야구를 좋아하는데 직관은 처음이다. 금요일 밤 야구장에서 실시간 중계를 들으며 '치맥'을 즐기니 너무 좋다"며 행복감을 전했다. "이 서비스가 다른 구장으로도 더 많이 확대됐으면 한다. 한번 해놓은 걸 없애는 건 퇴행이지 않나. 앞으로 더 잘 이어져 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자주 보러 오겠다"고 말했다.
'쇼다운 메카'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한화 팬' 강윤택 센터장, '기아팬' 박의권씨도 만면에 미소가 넘쳤다. 강 센터장은 "비디오 판독 장면에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다"면서 "자주 가는 고척돔과 새로 짓는 대전구장에도 한화팬들을 위한 실시간 중계서비스를 해주길" 열망했다. "예전엔 라디오를 들으며 직관하는 팬들도 많았다. 시각장애인이 우선 사용하되 단말기가 남을 경우 비장애인도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실제 이날 8회말 두산 양석환의 홈런 판정이 비디오판독 후 3루타로 번복된 상황, 실시간 중계의 상세한 설명은 비장애인 팬 입장에서도 유용했다.
시각장애 야구팬들은 잃어버린 직관의 행복을 되찾아준 김 의원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안 교사는 "김 의원님의 재선이 어쩌면 3개월짜리 사업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던 시각장애인 중계 음성 지원 서비스의 재개를 앞당긴 필연적 이유"라고 봤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와 힘이 되고자 행동하는 추진력을 갖춘 의원님의 존재는 어쩌다 나타난 행운이 아니라 앞으로 4년간 우리 곁에 있을 행복"이라고 했다. "다음 주말 방학하면 사직으로 떠난다. 사직구장의 '실적'도 올릴 겸 실시간 중계를 들으며 롯데의 승리를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잠실=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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