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언제 무너질지 불안해 죽겠는데”…당국, 공주 만년교 B등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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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금이 가고, 조각이 떨어졌는데 그 위로 큰 트레일러가 지나다녀요. 언제 무너질지 불안합니다."
만년교는 직사각형 모양의 다리와 사다리꼴 모양의 다리를 붙여 놓았는데, 두 다리가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다른 탓에 다리끼리 부딪쳐 손상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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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선 ‘안전 점검 무용론’
전북에서 충남 공주를 거쳐 아산으로 가는 국도 32호선에 있는 공주시 유구읍 만년교. 부근 주민 오국진(67)씨는 지난 8일 연합뉴스에 이 같은 제보를 보냈다.
오씨는 지난해 겨울 다리 아래쪽에서 도로 진행 방향으로 길게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하천 바닥엔 다리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널려 있었다. 그는 “큰 트레일러나 트럭이 자주 지나다니는데, 균열이 더 커지는 건 아닌지 섬뜩했다”고 걱정했다.
오씨는 이달 초 관리 부서인 논산국토관리사무소(이하 논산사무소)에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국은 6월 말 정기 안전 점검을 했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가 오씨의 신고를 받고서야 다리 밑으로 향하는 길을 막았다. 논산사무소는 “지난해 말 정기 안전 점검 결과는 B등급이었다”며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만년교는 오씨의 걱정과 달리 정말 멀쩡한 것일까.
연합뉴스는 10일 토목기술 전문가인 이재형 제이엘건설연구소장(한국시설안전협회 부회장)과 함께 현장에 가보았다. 이 소장은 만년교를 보자마자 “뭐가 문제인지 딱 보이네”라고 했다.
이 소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의 결함을 짚어내기 시작했다. 우선 다리 위에 물웅덩이가 있다며 “배수가 잘 안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다리 이름을 써놓은 구조물(‘교명주’)을 차도·인도를 구분하는 돌(‘연석’) 위에 올려놓은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연석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연석은 깨져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리 아래쪽이었다. 오씨 말대로 하천 바닥엔 다리에서 떨어진 큰 콘크리트 조각들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다리를 보니 오씨가 말한 큰 균열은 물론이고, 철근까지 노출된 게 보였다. 오씨만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인 이 소장도 “이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다리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만년교는 직사각형 모양의 다리와 사다리꼴 모양의 다리를 붙여 놓았는데, 두 다리가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다른 탓에 다리끼리 부딪쳐 손상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철근 노출과 부식만 봐도 B등급은 어렵다. 이 정도면 낮은 C등급”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밀 점검을 한 뒤에 설계 특성을 반영해서 대대적으로 보수할 필요가 있다. 균열을 메우기만 하는 보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당장 다리가 무너지지는 않겠으나 이대로 두면 내구성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년교의 사진을 본 또 다른 전문가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도 “다리 일부의 파손이 전체를 무너뜨리진 않지만, 일부만 무너져도 정자교처럼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런 현상이 다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산사무소 관계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제대로 정기 점검을 했으니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은 “규정을 모두 지켜 정기 점검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겉이 멀쩡해도 속이 곪아 있는 경우엔 겉모습만 봐서는 문제를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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