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가계대출 관리 특명받은 은행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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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 특명을 받은 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비싸게 돈을 빌려준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그런데 은행권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 조정 외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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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금리 하락세에 금리 인상 효과 반감
은행 “금리 더 올렸다간 ‘이자장사’ 비판 우려”
금융 당국으로부터 가계대출 관리 강화 특명을 받은 은행의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금리 인상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조달금리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계속해 대출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대출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한다면 가계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은행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비싸게 돈을 빌려준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피하기 어려운 탓입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금융채 5년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주기형) 금리를 이달 들어 인상했습니다. 금융 당국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가계대출 증가율이 목표 증가율인 2~3%를 넘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를 인상하면 실수요자가 아닌 이상 높은 이자를 치르고 돈을 빌리지 않기 때문에 은행은 대출 문턱을 높이고자 할 때 가장 먼저 대출금리를 올립니다.
그런데 은행권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렸지만,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보통 금융채나 코픽스(COFIX·자금조달지수) 금리를 기준으로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되는데, 준거금리 자체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담대 혼합형(주기형)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5년물 평균 금리는 지난달 초 3.76%였으나, 이날 3.37%로 떨어졌습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쓰이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도 하락해 지난달 기준 3.52%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내렸습니다. 준거금리가 낮아지니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여도 가계대출 억제 효과를 오롯이 보기 어려운 상황인 거죠.
쉽게 말해 한 은행이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0.05%포인트 높였어도 코픽스 금리가 0.01%포인트 하락하면 결과적으로 대출금리는 0.04%포인트만 올린 셈이 됩니다.
그렇다고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계속해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자금조달 비용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와 코픽스 금리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곧 은행의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자금조달을 싸게 하면서도 계속 가산금리를 높인다면 ‘은행 주머니만 두둑해진다’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추가로 가산금리를 올려 대출 증가세를 조절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 “가계대출 금리를 올려 전체 가계대출이 줄어들면 은행의 수익도 감소하지만 밖에서 볼 때 싸게 자금을 마련해 비싸게 빌려주는 ‘이자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또다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 조정 외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위한 방안을 고민 중입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과거 가계부채 폭증 시기에는 금리 인상 외에도 대출 중단 등의 초강수를 둔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높은 수준의 규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을 때는 한도 규제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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