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이'에 고통받는 교실…학부모 거부 땐 심리치료 못해 [심층기획-정서위기학생에 시달리는 학교]
3년 주기 검사서 年 8만명이 ‘관심군’
5명 중 1명은 전문 기관 치료 안 받아
초등교사 95% “수업 진행 방해 경험”
상담 권하면 “애를 정신병자 취급” 항의
아동학대 인정 때만 교육 당국 개입 가능
교사들 “강제 치료 법적 근거 마련해야”
위기 학생 지원법 발의… 법안 통과 기대

A씨의 두려움은 몇 달 뒤 B군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간 뒤에야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찝찝함은 남았다. B군은 충동 조절 등의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으나 상담 한번 받지 않은 채 다른 학교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A씨는 “다른 학교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란 생각을 하면 교사로서 안타깝고 나도 아이를 방치했다는 죄책감이 든다”며 “치료가 꼭 필요한 아이도 학부모가 거부하면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서위기학생은 심리적 원인이나 정신건강, 학교 부적응 등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위험 요인을 가진 학생을 말한다. 교사들은 학교에서 이런 학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실시한 ‘정서위기학생에 대한 실태조사’에 참여한 초등교사(1273명) 대부분이 학교에서 정서위기학생을 지도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서위기학생에게 수업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의 방해를 받은 경험이 있는 교사는 95.1%(1210명), 교육활동 침해를 겪은 교사는 84.1%(1071명)였다.
경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사의 교육과 지도만으로는 상태 호전이 어려운 아이들이 교실마다 적어도 1명, 많으면 2∼3명까지도 있다”며 “이런 아이들에겐 상담 등 전문적인 개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주변에서 치료를 권했다가 학부모가 ‘우리 애를 무시한다’며 민원을 넣고, 심지어 아동학대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 교사들이 괴로워하는 사례를 봤다”며 “이런 아이가 반에 있으면 교사는 그냥 1년이 빨리 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아이는 치료를 못 받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상태가 더 나빠져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 악순환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계속해서 치료를 거부할 경우 현재 교육 당국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고발이다. 학부모의 아동학대(방임)가 인정되면 교육 당국이 학생에게 개입할 수 있어서다. 지난달 전북 전주에서 초등학생이 교감의 뺨을 때려 논란이 된 사건에서도 전북교육청은 학부모를 아동학대로 고발했다. 해당 학생은 2021년 입학 후 문제행동이 발견돼 교육청이 학부모에게 수년간 수차례에 걸쳐 상담·치료를 권했으나 학부모가 계속 거부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동학대가 인정되더라도 교육 당국의 개입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전주 초등생 사건도 결국 의료적 방임 아동학대가 인정됐지만, 학부모는 여전히 상담 등을 거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가 과태료를 내면서까지 자녀의 상담·치료를 거부한다면 교육 당국이 강제로 치료하긴 어렵다.
학교 현장에선 정서 위기학생의 진단·상담·치료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학부모가 거부해도 문제가 심각한 학생은 치료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강경숙 의원은 지난달 이런 내용을 담은 ‘정서행동 위기학생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강 의원은 “법안이 통과된다면 정서 위기학생에 대한 예방적 지원, 전문적 지원, 집중적·개별적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치료 근거 마련 필요성에 동감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관련 내용을 담은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입법을 추진했지만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번 국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련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에 근거가 있다면 지금보다 치료 개입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며 “현재 정신건강 전문가를 현장에 보내 학부모에게 치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설득하고 있는데, 이런 노력도 함께하면서 어떻게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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