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사고 4번" 악명 높은 상명대 고갯길…베테랑 운전사도 '식은땀'

김종훈 기자 2024. 7.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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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오르막 지날 때 엔진 굉음에 불안"…노선 축소 논의
주민·상명대 '반대'…전문가 "노선 폐지 능사 아니다"
16일 오전 서울 시내버스 7016번이 상명대정문 정류장으로 가기 위해 오르막을 지나고 있는 모습 2024.7.16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기사들이 다 베테랑이긴 하지만 개강하고 학생들 가득 싣고 내려갈 땐 부담이 되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 정문 정류장에서 만난 23년 차 버스 운전사 A 씨(남·58)는 서울 7016번 시내버스 운행에 대한 고충을 이같이 털어놨다. 경력이 많은 운전사라고 해도 가파른 오르막에서는 언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늘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A 씨는 "버스가 안 다니면 걸어 다녀야 하는 시민들 입장도 있지만 (경사가 심한 곳에서는) 대형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상명대 정류장까지 버스가) 안 올라오면 좋죠"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1년 사이 상명대로 가는 오르막길 버스 노선에서 미끄러짐 사고가 4번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5일에는 버스가 경사를 오르다 미끄러져 승객 37명이 다치고 그중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서울시는 시민 안전을 위해 경사가 가파른 곳은 노선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인근 주민과 상명대 구성원들은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 노선폐지는 섣부른 조치라는 반대도 적지 않다.

◇ 악명 높은 상명대 경사, 얼마나 심하길래

7016번 버스가 노선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상명대 정문 정류장에 닿으려면 2번의 오르막 구간을 지나야 한다. 첫 번째 오르막은 비교적 얕아 버스가 기울어진다는 느낌이 크지 않다. 하지만 두 번째 오르막을 맞이하면 평지와 달리 엔진이 굉음을 내기 시작한다. 평소 7016번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B 씨는 "(오르막을) 올라갈 때 소리가 너무 커서 승객 입장에서는 불안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상명사대부속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는 서울 시내버스 7016번. 2024.7.16

두 번째 오르막길은 왕복 2차선 도로인 데다 왼편으로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자리 잡고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이다. 이날 기자가 직접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 봤다. 도로 오른편은 인도가 없는 구간이 있어 버스 옆을 지나는 일부 보행자가 도로 쪽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버스가 미끄러질 경우 자칫 행인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구조다.

상명대 인근 주민 C 씨는 "우연히 (버스) 시동이 갑자기 꺼져 미끄러지는 사고를 본 적이 있다"며 "당시 택시가 반파될 정도로 충격이 컸는데 그 택시가 없었다면 사람이 다쳤을 것"이라고 아찔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버스 미끄러짐 사고를 대책 없이 방치했다가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정보소통광장 갈무리

주민들 "갑작스러운 축소 말고 대안을 달라"

서울시는 해당 노선에서 사고가 자주 벌어진다는 점을 인지하고 사고 방지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지난 5월 종로구에 급경사 구간 운행을 중단하는 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해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노선을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노선을 이용해 온 시민들은 노선 축소를 반기지 않는다. 학교 앞 삼거리부터 가파른 경사를 20분 이상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가 궂은 여름이나 겨울에 초등학생이나 노약자가 걷기에는 무리가 있는 거리다. 상명대와 가까운 평창동에 거주한다는 D 씨(남·58)는 "여기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저 밑에서부터 올라와야 하니까 힘들 것 같다"며 "만약 (노선을 축소하게) 되면 아마 학교가 따로 (버스를)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전 '최우선'엔 이견 없지만 원인 분석이 우선

전문가는 안전도 중요하지만 섣부른 노선 폐지나 축소는 정답이 아니라고 조언한다. 사고가 잦은 구간을 없애기 전에 미끄러짐 사고를 유발하는 도로 구조와 설계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선을 변경하기보다) 우선 도로 상태나 안전 상태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며 "(다른 구간에 비해) 사고율이 높다면 도로를 개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안전을 위해서 (정류장을) 없앤다면 찬성하겠지만 대안이 없다면 (주민들) 민원이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이라는 가치만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미다. 최 교수는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무빙워크의 경우 다른 교통수단과 연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이런 우려 때문에 노선 단축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편의보다는 안전을 우선해서 노선 단축을 추진했다"며 "노선 변경에 대한 반대 여론이 워낙 강해 여러 대안이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선 변경 검토와 함께 도로 구조 개선이나 차량 안전장치 개선 등을 종로구와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archi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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