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제보] 당국 "공주 만년교는 B등급" 전문가 "눈대중 못 믿어"

장종우 2024. 7.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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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등급은 '양호' 수준…실제로 가보니 곳곳에 균열·철근 부식
논산국토관리사무소, 민원 제기되자 "보수 계획"…일각선 '안전 점검 무용론'

(공주=연합뉴스) 장종우 인턴기자 = "다리에 금이 가고, 조각이 떨어졌는데 그 위로 큰 트레일러가 지나다녀요. 언제 무너질지 불안합니다."

[사진1] 대형 트레일러가 만년교 위를 지나는 모습(좌) 다리 아래쪽에 금이 간 모습 왼쪽은 [독자 제공], 오른쪽은 [촬영 장종우]

전북에서 충남 공주를 거쳐 아산으로 가는 국도 32호선에 있는 공주시 유구읍 만년교. 부근 주민 오국진(67)씨는 지난 8일 연합뉴스에 이런 제보를 보냈다. 오씨는 작년 겨울 다리 아래쪽에서 도로 진행 방향으로 길게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 하천 바닥엔 다리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이 널려 있었다. 그는 "큰 트레일러나 트럭이 자주 지나다니는데, 균열이 더 커지는 건 아닌지 섬뜩했다"고 걱정했다.

오씨는 이달 초 관리 부서인 논산국토관리사무소(이하 논산사무소)에도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당국은 6월 말 정기 안전 점검을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가 오씨의 신고를 받고서야 다리 밑으로 향하는 길을 막았다. 논산사무소는 "작년 말 정기 안전 점검 결과는 B등급이었다"며 큰 문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만년교는 오씨의 걱정과 달리 정말 멀쩡한 것일까. 연합뉴스는 10일 토목기술 전문가인 이재형 제이엘건설연구소장(한국시설안전협회 부회장)과 함께 현장에 가보았다. 이 소장은 만년교를 보자마자 "뭐가 문제인지 딱 보이네"라고 했다.

전문가 "곳곳에 균열, 철근도 녹슬어…적어도 C등급"

이 소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다리의 결함을 짚어내기 시작했다. 우선 다리 위에 물웅덩이가 있다며 "배수가 잘 안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다리 이름을 써놓은 구조물('교명주')을 차도·인도를 구분하는 돌('연석') 위에 올려놓은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이렇게 하면 연석이 깨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연석은 깨져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리 아래쪽이었다. 오씨 말대로 하천 바닥엔 다리에서 떨어진 큰 콘크리트 조각들이 보였다. 고개를 들어 다리를 보니 오씨가 말한 큰 균열은 물론이고, 철근까지 노출된 게 보였다. 오씨만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인 이 소장도 "이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사진2] 만년교 아래. 종 방향으로 길게 금이 간 것이 보인다. [촬영 장종우]

이 소장은 "다리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고 했다. 만년교는 직사각형 모양의 다리와 사다리꼴 모양의 다리를 붙여 놓았는데, 두 다리가 움직이는 방향이 서로 다른 탓에 다리끼리 부딪쳐 손상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다리가 충격을 흡수하려고 어느 정도 움직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문제는 모양이 다른 다리가 서로 부딪히게 설계한 탓에 하천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 다리(사진2의 왼쪽)가 도로 진행 방향을 따라 움직이는 다리(사진2의 오른쪽)에 부딪히기 쉬워졌다는 것이다.

[사진3] 녹슨 철근이 균열 사이로 드러나 있다 [촬영 장종우]

그 결과로 발생한 문제가 다리 아래의 균열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두 다리 사이에 벌어진 틈으로 물과 제설용 염화칼슘이 스며들면 철근이 녹슨다. 철근이 녹슬면 부피가 커지고 철근을 감싸고 있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간다. 바로 현재의 만년교가 그렇다.

[사진4] 녹슨 철근 때문에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 [촬영 장종우]

이 소장은 "철근 노출과 부식만 봐도 B등급은 어렵다. 이 정도면 낮은 C등급"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정밀 점검을 한 뒤에 설계 특성을 반영해서 대대적으로 보수할 필요가 있다. 균열을 메우기만 하는 보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당장 다리가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두면 내구성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년교의 사진을 본 또 다른 전문가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도 "다리 일부의 파손이 전체를 무너뜨리진 않지만, 일부만 무너져도 정자교처럼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런 현상이 다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논산국토관리사무소 "자격 있는 사람이 규정대로 점검"

논산사무소 관계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제대로 정기 점검을 했으니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시설물안전법에서 정한 안전 점검의 내용 [표 장종우]

시설물안전법에선 시설물을 규모에 따라 1종과 2종 시설물로 나누고, 이에 속하지 않는 건 3종 시설물로 지정해 관리한다. 1종 시설물은 정밀 안전진단도 해야 하지만, 3종 시설물은 정기 점검만 하면 된다.

만년교는 3종 시설물이어서 6개월에 한 번 정기 점검만 하면 된다. 정기 점검은 외관 조사만 실시하는 가장 하위 수준의 점검이다. '토목·건축·안전관리 기술인' 중에서 초급 이상인 사람이 국토부 장관이 인정한 교육을 받으면 정기 점검을 할 수 있다. 논산사무소는 그동안 전문 업체에 의뢰하거나 자격을 갖춘 직원이 정기 점검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철근 노출과 부식 정도는 정밀 점검에서 검사하는 항목이어서, 정기 점검에서 판단할 일은 아니"라며 "두 점검은 평가 대상과 방식이 달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깜짝 놀랄만한 말을 했다. '철근이 노출될 정도라면 이후 정밀 점검에서 확인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소리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확인해본 결과, 만년교는 1999년 준공된 후 한 번도 정기 점검보다 높은 수준의 점검을 받은 적이 없다. 그동안 정기 점검에서 "만년교에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연 앞으로도 만년교가 정밀 점검 대상으로 인정될지는 미지수다.

[사진5] 만년교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 [촬영 장종우]

논산사무소 관계자는 만년교 아래의 큰 균열에 대해선 "만년교는 원래 두 분리 교량을 연결한 구조다. 두 다리 사이에 공간이 있고 그 위로 차가 다니면 균열이 생길 수 있다"며 "검사자가 이런 부분을 전체적으로 따져서 나온 등급이 B등급"이라며 문제없다고 했다. 더하여 "민원 확인 후 보수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설계를 의뢰했다"고 밝히며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설명에 대해 이재형 소장은 "이런 형태의 다리는 흔치 않다. 보통 다리의 상부구조를 떠받치는 구조물('교대')을 따로 만들더라도, 상판은 하나다. 상판이 두 개더라도 이 정도의 균열이 생기는 것은 문제"라며 "설계·관리·보수 모두 잘못됐지만, 결국 전체를 관리하는 당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철근이 녹슬고 노출됐는데 정밀 점검 대상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법에 내용이 없더라도 실제로 문제가 된다면 조치해야 하지 않겠나. 관리 소홀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점검 결과 믿을 수 있나" 씁쓸한 '안전 점검 무용론'

현장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은 "규정을 모두 지켜 정기 점검을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겉이 멀쩡해도 속이 곪아 있는 경우엔 겉모습만 봐서는 문제를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진6] 지난해 1월 내려앉은 도림보도육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석종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내려앉은 도림보도육교를 예로 들었다. 그는 "아무리 전문가라도 맨눈으로 다리가 휜 정도를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정기 점검은 의사가 엑스레이도 찍지 않고 환자를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간단한 측량 장비라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작은 다리가 무너져도 똑같이 사람이 다치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만년교나 도림보도육교 같은 3종 시설물은 하자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실제로 문제가 있어도 알 방법이 없다"라며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닌데, 정기 점검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니 실효성이 없다. 오죽하면 토목구조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전 점검 무용론'이 나오겠느냐"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7] 만년교의 물웅덩이. 콘크리트와 철근 손상의 주범이다. [촬영 장종우]

점검에 나서는 업체들은 현재로선 검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관리 당국은 보통 수십 개의 다리를 묶어서 하나의 용역으로 발주한다. 한 안전진단 업체 관계자는 "현장 조사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 보고서를 일일이 검토해야 하고 검사 후에도 여러 업무가 남아있다"며 "다리 하나당 100만 원도 안 되는데, 이는 평소 인건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정해진 시일 내에 많은 다리를 빠르게 검사해야 하니 놓치는 부분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토로했다.

법과 현실의 차이도 크다. 이송규 협회장은 "자격과 실력은 별개"라며 정기 점검 자격의 전문성에 의문을 표했다. 경험이 적은 초급 기술자가 맨눈으로 모든 하자를 찾아내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관리 당국이 직접 시행하는 점검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객관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는 "만년교도 더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봤다면, 벌써 적절한 조치를 했을 것"이라며 "정해진 법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토부도 정기 점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했다. 국토부는 지난 2022년 3종 시설물은 'D등급' 이하 판정이 나오면 의무적으로 1년 안에 정밀 점검을 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또 지난해 4월 정자교 붕괴 사고 후속 조치로 정기 점검 자격 요건을 초급 기술자에서 중급 기술자로 올렸다. 이는 17일부터 시행된다. 이 밖에도 만들어진 지 30년이 지난 2·3종 시설물도 정밀안전 진단을 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정기 점검에 장비를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기 점검은 간단하더라도 자주 점검하자는 것이 취지"라며 "세부 지침에 장비를 추가하면 관리·점검하는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hddn387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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