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트럼프 판박이' 미 공화 부통령 후보 발탁에 우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사실상 '트럼프 판박이'로 평가되는 J.D.밴스 상원의원이 선출되자마자 유럽 각국이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과 유럽간 안보 협력 관계가 급격히 약화하고 무역 마찰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분위기라고 유럽 매체들이 전했습니다.
EU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복수의 유럽 외교관들은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강하게 반대해온 점이 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밴스 의원은 올해 초 연방 상원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600억 달러(약 83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안 통과를 막기 위해 선봉에 섰던 인물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의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는 밴스 의원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트럼프보다도 급진적"이라며 "그 부분에서는 트럼프보다 고립주의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밴스 의원은 지난 2월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한정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열린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우리(미국)는 동유럽에서 벌어지는 지상전을 무한정 지원할 수 있는 (방산) 제조 역량이 없다"면서 "자국민에 이를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이 지도자의 의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뮌헨 안보회의 기간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과 회의도 건너뛰었다고 유로뉴스는 짚었습니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전 벨기에 총리는 밴스 의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후 엑스(X·옛 트위터)에 "크렘린에서 더 많은 샴페인이 터질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밴스 의원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 회원국들의 '저조한 방위비'도 공개 비판해왔습니다.
그는 4월 상원에서 "3년간 유럽인들은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실존적 위협이라고 말했다. 이후 3년간 그들은 그것이 실제인 것처럼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부터 피력해온 부분입니다.
최근 영국 국방부 고위직에서 물러난 롭 존슨은 FT에 "트럼프가 당선되고 밴스가 선호하는 정책을 이어 간다면 나토 폐지나 나토 내 미국 리더십 철회를 발표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러시아에는 중국과 함께 10년에 걸쳐 힘을 되살리고 나토를 더 압박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정말 어두운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시 미-EU 무역관계 개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FT는 많은 유럽 당국자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수입품에 대한 일괄적 관세를 부과해 EU 경제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EU가 맞불을 놓는 등 임기 내내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EU와 미국은 철강 분쟁 해소를 위한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매듭짓지 못한 상태입니다.
밴스 의원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다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으로 부통령이 된다면 미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각종 보호주의 성격의 산업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은 전망했습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밴스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에 눈물을 흘릴 만큼 감명받았으나 "미국 사회의 불의를 날카롭게 분석한 자칭 트럼프 반대자가 그의 지지를 얻고 상원의원이 되려고 이 우익 포퓰리스트(트럼프)의 열렬한 옹호자로 바뀌었다는 건 비극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고 FT는 전했습니다.
https://youtu.be/BGckG02k8Ww
[ https://youtu.be/BGckG02k8Ww ]
(사진=AP, 연합뉴스)
배준우 기자 gat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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