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타이거 우즈? 길거리에는 ‘타이거 후드’가 있다

정문영 기자 2024. 7. 17.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매혹적인 길거리 골퍼 패트릭 바르
골프채와 빈 우유갑으로 스트릿 골프 즐겨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웨어 브랜드들 집중
“이 게임과 사랑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파”
‘스트릿 골퍼’ 패트릭 바르. 사진 제공=패트릭 바르
[서울경제]

패트릭 바르는 뉴욕 길거리의 소문난 ‘스트릿 골퍼’다. 별명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에서 따와 타이거에 동네를 뜻하는 후드(Hood)를 붙여 타이거 후드다. 화려한 패션 센스까지 더해져 뉴욕의 매혹적인 길거리 골퍼(The fascinating New York street golfer)로 불리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패트릭 바르는 필드를 런웨이로 만드는 힙한 골퍼로 주목받고 있는 골퍼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의 필드는 푸르른 잔디가 깔린 골프장이 아닌 빽빽한 고층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뉴욕이다. 원래 길거리 사진사였던 바르는 뉴욕 맨해튼에서 자신의 사진을 팔기 위해 사람들을 모을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다 쓰레기통에서 우연히 골프채를 발견했고 공 대신 빈 우유갑으로 자신만의 스트릿 골프를 시작했다. 가로세로 1m 크기의 인조 잔디 매트를 깔고 그 위에서 빈 우유갑을 쳐서 40야드 거리에 세워진 박스에 넣는 것이 바르의 스트릿 골프다.

뉴욕 길거리를 누비며 스트릿 골프를 즐기는 바르의 모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자 많은 골퍼들이 관심을 보였다. 특히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녔던 바르의 모습에 골프 웨어 브랜드가 그에게 집중했다. 그는 라다 골프의 모델이 됐고 유명 래퍼 드레이크가 나이키와 같이 만든 브랜드 녹타로부터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골프 컬렉션을 잔뜩 선물 받기도 했다. 아스팔트 위에서 빈 우유갑을 날리는 스윙이지만 필드 위처럼 골프웨어를 차려입은 그는 다양한 컬러 조합과 캐주얼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한 패션으로 뉴욕에서 옷 잘 입는 골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의 말이다. “재미있는 건 나눌 필요가 있다. 이 게임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고 내가 받은 사랑도 나눠주고 싶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제 이름은 패트릭 F.Q. 바르다. 자메이카의 킹스턴에서 태어났고 4살 때인 1968년 미국으로 왔다. 뉴욕의 브롱크스, 브루클린, 퀸즈 등에 살았고 플로리다, 애틀랜타에서도 몇 년 동안 살았다. 그런데 그때 향수병에 걸려 1997년에 뉴욕으로 다시 이사를 왔다. 현재는 맨해튼에 살고 있다.”

원래 하던 일은 무엇인가?

“어렸을 때는 작은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진 기자로서 언론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여러 시도를 했지만 결국에는 잘되지 못했다. 그래도 내 사진이 ‘Outlaw Biker’와 ‘Tattoo Review’라는 잡지에 1998년 실려서 발간되기도 했다.”

타이거 후드라는 별명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냥 한 5초 정도 생각했는데 타이거 우즈라는 유영한 골프 선수가 있었고 그의 이름과 비슷한 별명이 갖고 싶어서 타이거 후드라고 지었다. 사실 해피 길모어(Happy Gilmore)와 비슷한 내피 길모어(Nappy Gilmore)라는 또 다른 별명이 하나 더 있긴 하다.”

패트릭 바르는 뉴욕 길거리에서 스트릿 골프를 즐긴다. 사진 제공=패트릭 바르

스트릿 골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08년 내가 찍은 사진들을 길거리에서 전시를 하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 쓰레기통에 버려진 골프채를 발견했고 평소에 내가 들고 다니던 테니스공을 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 중인 건물 벽에 대고 스윙을 하다가 큰 재미를 느꼈다. 그런데 공을 치고 다시 주우러 가면 공이 비계에 걸려서 내려오지 않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스윙하는 느낌이 좋았고 공을 허무하게 버리기 싫어서 공을 대체할 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했다. 결론은 빈 우유갑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빈 우유갑은 굴러가지 않고 40야드 정도 날아가는 것이 다였는데 난 그게 오히려 좋았다.”

처음 스트릿 골프를 했을 때 기분은 어땠나?

“사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난 진짜 골프 선수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비록 길거리에서 빈 우유갑을 치는 것이지만 여전히 난 이 게임을 사랑한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어느 날 길거리에서 스트릿 골프를 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내 사진을 찍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사로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저 사람이 왜 내 사진을 찍지?’였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뉴욕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어떤 남자가 건물 벽에 대고 크리켓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 나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꺼내 들어 그의 사진을 찍었고 며칠 전 한 남자가 나를 찍은 이유가 신기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릿 골프를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재미있어한다.”

스트릿 골프의 규칙은 무엇인가?

“스트릿 골프의 첫 번째 규칙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당신이 길거리를 점령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트릿 골프의 페어웨이는 언제는 보행자 우선이다.”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나?

“스트릿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상황 인지’를 잘해야 한다. 주변 상황에 대한 인지가 없다면 스트릿 골프를 즐길 수 없다. 전기 자전거를 타고 시속 40마일로 질주하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야 하고 스윙을 할 때 뒤에서 누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주변에 누가 있으면 즉시 스윙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스트릿 골프에서는 기술보다 주변 환경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뉴욕에서 옷 잘 입는 골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패트릭 바르. 사진 제공=패트릭 바르

스트릿 골프에서 중요한 부분은?

“인내심이다. 업무 시간이나 저녁 시간에는 길거리에 보행자가 많다. 따라서 플레이할 경우 스윙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인내심이 필요하다. 예전에 한번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모르고 스윙을 하다가 싸움이 날 뻔한 적도 있다. 반드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골프를 쳐본 적도 있나?

“2008년 쓰레기통에서 골프채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골프 스윙을 해본 적도 없다. 진짜 골프공을 쳐보고 필드에서 플레이하라는 제안을 몇 번 받기도 했지만 난 내 필드인 자전거 전용도로나 길거리가 좋다.”

사람들이 스트릿 골프를 어떻게 즐겼으면 하나?

“안전하게! 스트릿 골프의 장점은 더 많은 장소에서 언제든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안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아이들에게 스포츠를 알려주고 같이 하고 싶을 것이다. 그것처럼 스트릿 골프도 함께 즐기면 더 좋다.”

보람을 느낄 때도 있나?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같이 골프를 하고 그들이 즐거워하는 반응을 보이면 정말 기쁘다. 왜냐하면 그전에 그들은 스트릿 골프를 본 적도 없었고 해본 적도 없었는데 나랑 시간을 보내면서 행복해하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유명인들과 함께 스트릿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영화배우 윌 스미스(Will Smith)가 가장 기억에 남는 유명인이다. 그는 단 세 번째 샷 만에 빈 우유갑을 멀리 떨어져 있는 박스에 홀인 시켰다. 그는 기뻐서 날뛰었고 나는 그와 포옹을 했다. 스미스는 그린재킷으로 옷을 갈아입고 성공 세리머니까지 했다.”

(바르가 스미스와 함께한 스트릿 골프 영상은 SNS상에서 화제가 돼 5만이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바르는 영화배우 드류 베리모어가 진행하는 드류 베리모어 쇼에 출연해 스트릿 골프를 직접 알려주기도 했다. 베리모어는 바르에게 스트릿 골프를 배운 뒤 “뉴욕이라는 도시에 스트릿 골프를 통해 긍정적인 기운을 전해줘서 감사하다”고 했다. 바르는 가수 에드 시런, 음악 프로듀서 베니 블랑코와도 뉴욕 길거리에서 골프를 하며 유명인들의 유명인으로 통한다.)

남다른 패션 센스도 화제다.

“골프 웨어 브랜드로부터 무료로 옷과 운동화를 제공받곤 한다. 가끔 모델로 일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어떤 브랜드의 후원도 받고 있지 않다. 칭찬은 고맙지만 화려하고 더 튀고 싶어서 옷을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는다. 사실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옷이 아니라 캠핑카다.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골퍼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싶다. 그런 다음 서로에게 긍정적인 기운과 영감을 주는 사람들로 꾸려진 ‘동네 골프 클럽’을 만들고 싶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았나.

“나는 방과 후 군사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유니폼을 최대한 날카롭고 정확하게 다림질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몸에 딱 맞고 구김이 잘 가지 않는 바지를 좋아하지 않았다. 라다는 좋은 바지를 만들고 웜 골프는 물에 젖어도 각이 유지되는 방수 바지를 만들어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생각해 보면 십 대 때는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사서 재단사에게 들고 가서 바지나 재킷을 맞춤으로 만들어 입기도 했다. 또 패션 잡지를 수집하곤 했다.”

사진 제공=패트릭 바르

미국 CNN 방송에도 당신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CNN은 나를 ‘뉴욕의 매혹적인 길거리 골퍼’라고 소개했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멋진 것을 맹신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전 세계에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거나 심지어 생각지도 못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예술가가 만드는 창작물을 보라. 진짜 매혹적인 것은 예술이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하게 살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빈 우유갑을 들고 길거리에서 골프를 치는 60세의 나를 패배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또 그 패배자가 전 세계의 다양한 지역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나 ‘동네 골프 클럽’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용기와 길거리 골프를 치면서 온갖 흥미로운 사람들을 인터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우스꽝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골프채와 빈 우유갑을 들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또 세계를 여행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나는 이런 생각들이 사람들을 더 똑똑하고 존중하고 책임감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