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러스트벨트' vs 시진핑의 '신에너지'[베이징노트]
'러스트벨트' 쇠락 직접 목격한 밴스 "중국이 최대 위협"
트럼프 '중국 때리기'는 러스트벨트 유권자에 대한 약속
화풀이 되겠지만 중국 때린다고 러스트벨트 부활할까?
가능성 높아진 두 스트롱맨의 대결…한국에 불똥 튈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를 빠르게 종결시켜 진짜 문제인 중국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중국이야말로 우리나라(미국)의 가장 큰 문제인데, 우리는 중국에 관심이 없다"
유세장 총격 사건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 상원의원이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39살의 젊은 강경 보수주의자인 밴스 의원이 부통령 후보 지명 이후 첫 일성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선 이유는 그가 살아온 이력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밴스 의원은 정치계에 발을 들이기 전 자신의 인생 회고록인 '힐빌리의 노래'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로 먼저 유명세를 탔다. 이 책은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화하기도 했다.
'힐빌리의 노래'는 결손가정에서 자란 그의 성공스토리인 동시에 러스트벨트(미국 북부의 쇠퇴한 제조업 지역)에서 살아가는 저소득 백인 노동자들의 곤궁한 삶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선의 정치 풋내기인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목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러스트벨트의 저소득 백인 노동자는 2016년 대선을 자신의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지지층 향한 트럼프의 약속 '중국 가만두지 않겠다'
밴스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한 오하이오를 비롯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일리노이 등이 속한 러스트벨트는 195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불리며 미국 경제를 이끌었다.
하지만 1960년대 일본과 독일의 부상과 선벨트(미국 남부의 신흥 산업 지역)를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 산업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러스트벨트는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며 자본주의 경제권에 본격적으로 편입돼 발생한 '1차 차이나쇼크'는 가뜩이나 무력했던 러스트벨트에 날린 'KO 펀치'였다.
러스트벨트에서 자라며 한때 건실한 중산층이었던 백인 노동자들이 '힐빌리'(가난한 백인을 비하하는 표현)가 되어 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한 밴스 의원이 중국을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그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자신들의 터전이 쇠락의 길을 걷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중국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을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렬한 약속으로 읽힌다.
경쟁력 이미 사라진 러스트벨트, 부활 가능할까?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러스트벨트 유권자들에게 화끈한 복수극을 선사할지는 몰라도 정작 그들이 고대하는 러스트벨트의 부활을 이끌지는 미지수다.
앞서 살펴봤듯이 러스트벨트의 쇠락에 중국을 비롯한 외부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도 사실이지만 경쟁력 약화라는 내부적인 요인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디트로이트로 대표되는 미국 자동차 산업만 봐도 테슬라를 제외하고 포드와 제너럴모터스 등 한때 전세계를 호령했던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아직도 화석연료 차량 제조가 중심이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자 러스트벨트 지역에 해외 기업들이 속속 공장을 건설하는 등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기차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의 부활을 꿈꾸고 있어 재선시 IRA의 폐지를 공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 주도 신에너지 전환이 두려운 러스트벨트
반면, 중국은 현재 전세계 신에너지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도로 중국은 전기차, 전기차배터리, 태양광패널 등 '신 3대 수출품'을 집중 육성한지 오래다.
올해 1~5월 기준 중국을 포함해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포함) 시장에서 중국 기업인 비야디(BYD)와 지리, 상하이자동차 등 3개사의 점유율만 35%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 기업 CATL와 BYD, 단 2개 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무려 53%를 넘어섰다. 여기다 태양광패널은 이미 중국산이 전세계를 호령한지 오래다.
물론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럼에도 거대 자국시장에 가성비를 무기로한 중국 신에너지 산업이 머지않아 글로벌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IRA를 시행하는 이유도 이런 중국 신에너지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서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착을 가지고 있는 러스트벨트와는 경쟁 분야 자체가 다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중국과 멀리 떨어진 거리와 관세로 보호받는 시장에 안주하고, 경쟁으로 인한 격변을 두려워하면서 청정에너지 산업으로의 전환을 그저 잘못된 꿈이었다고 믿고 싶어 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두 스트롱맨의 대결 가능성↑…한국도 예외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이렇게 그의 지지층을 만족시킬 수없을지라도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정밀 타격'에 주력했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융단폭격'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10년 집권'이라는 오랜 관례를 깨고 장기 집권에 돌입한 시 주석 입장에서는 신에너지 산업을 필두로 중국 경제의 한단계 도약을 이끌어내야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주력 지지층인 백인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약속했다면 시 주석은 '샤오캉 사회'(중산층 사회) 건설 약속을 지켜야 사회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그런데 날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트럼프-시진핑, 두 '스트롱맨'의 대결이 두 나라 만의 이전투구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게 진짜 문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한국의 기업과 기술을 이용했고, 미국이 세운 높은 무역장벽으로 인해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이 일정부분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맹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한국 역시 미국이 가져가야 할 이익을 가로채고 있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인식이 어떤 결과로 펼쳐질지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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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jsl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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