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 생산량 준 데다 소비 늘며 재고량 급감…값 3개월 연속 올라
2023년산, 적정 수요량 밑돌아
주산지 폭염 탓 작황 부진 심각
식품가격 인상…쌀 찾는 곳 늘어
4월 민간 보유물량 5년내 최저
농림수산성 “면적 현행 유지를”
밥쌀용 쌀 재배의향 상승 현상도
만성적인 쌀 과잉 국가였던 일본은 최근 쌀 수급균형을 어느 정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들어 쌀이 부족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향후 수급 불균형 우려에 따른 물량 확보 경쟁, 소비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쌀 부족이라는 생소한 상황에 직면한 일본과 수년째 쌀이 남아돌아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일본의 쌀산업 현장을 다각도로 취재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 생산량 적정 수준 밑돌아…1등급 출현율도 급감=일본 정부는 2023년산 쌀 적정 생산량을 669만t으로 설정했다. 수요량(681만t·전망치)에서 밥쌀용 쌀 의무수입 물량(TRQ·저율관세할당) 등을 제외한 물량이다. 그런데 2023년산 쌀 생산량은 661만t으로 적정 생산량보다 오히려 8만t(1.2%) 적었다.
이는 지난해 쌀 주산지 등을 강타한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3년 쌀 재배면적은 2022년보다 0.7%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1.3%나 줄었다. 폭염 피해가 쌀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5년간 쌀 관련 이슈를 취재해온 ‘일본농업신문’의 소와 토모카츠 차장 겸 논설위원은 “쌀 1등급 비율은 평년의 경우 70~80% 정도인데 지난해산은 61.3%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폭염 현상이 심각했던 니가타현의 경우 지난해 ‘고시히카리’ 쌀 1등급 비율이 4.9%에 불과했다. 평년에는 75.3%였지만 폭염으로 분상질립(절반 이상이 하얗게 변색된 낟알)이 크게 늘어나는 등 품질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탓이다.
◆ 쌀 소비는 증가세, 수요량도 증가하나=최근 쌀이 부족해진 이유로 지난해 작황부진과 함께 소비 증가가 꼽힌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일정 규모 이상의 쌀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4월∼2024년 3월 쌀 판매량(소매업체+외식업체)은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했다.
사카모토 테츠시 농림수산성 장관은 최근 내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밥쌀용 쌀의 소비가 전년보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와 차장은 “물가 상승으로 일본 내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쌀은 여전히 저렴하게 인식돼 쌀 소비가 증가한 이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쌀 소비 증가에 따라 2023년산 쌀 연간 수요량(681만t·전망치)도 2022년산(691만t)보다 증가할지 주목된다. 쌀 연간 수요량은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증가한 2013년을 제외하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 재고량 전년보다 20% 감소, 가격은 강세=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소비는 증가하다보니 자연히 재고가 줄고 있다. 농림수산성이 매월 발표하는 쌀 민간 재고량은 4월말 기준 180만t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나 적은 양이며, 최근 5년간 수치 중 최저 수준이다.
최근 몇년간 4월말 기준 민간 재고량이 220만∼230만t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쌀 공급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미곡기구가 발표한 5월 쌀 경황조사(DI)에 따르면 향후 3개월간 쌀 수급 전망지수는 78포인트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100에 가까워질수록 공급이 빡빡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78포인트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 4∼5월과 같은 수치다.
가격은 상승 추세다. 농림수산성은 최근 5월 쌀 상대거래 가격을 공표했는데, 전 품종(상표) 평균이 1만4288엔(60㎏)이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0.5%(71엔)로 작았지만 3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 올랐다.
DI의 쌀값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3포인트가 올라 7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밥쌀용 쌀 재배의향 높아져=쌀 재고가 부족해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농민들의 밥쌀용 쌀 재배의향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6월30일 2024년산 밥쌀용 쌀 재배의향 조사(4월말 기준)를 공표했다. 지난해보다 재배의향을 늘린 곳은 11개 도(道)·현(県)으로 앞선 조사(1월말 기준)보다 6개 증가했다.
재배의향 증가는 주산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밥쌀용 쌀의 재배의향 면적 상위 10개 도·현 중 재배를 늘리겠다는 지역은 6곳에 달했다. 또한 2024년산부터 전작(轉作) 지원금 단가가 인하되는 사료용 쌀 재배농가의 밥쌀용 전환 의향이 높았다.
농림수산성은 농민들에게 “2024년산 쌀 적정 생산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69만t”이라며 “재배면적을 지난해 수준에서 더 늘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쿄(일본) = 서륜 기자, 김용수·박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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