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쌀 생산량 준 데다 소비 늘며 재고량 급감…값 3개월 연속 올라

서륜 기자 2024. 7.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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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쌀산업 현장을 가다] (상) 쌀부족 기현상
2023년산, 적정 수요량 밑돌아
주산지 폭염 탓 작황 부진 심각
식품가격 인상…쌀 찾는 곳 늘어
4월 민간 보유물량 5년내 최저
농림수산성 “면적 현행 유지를”
밥쌀용 쌀 재배의향 상승 현상도

만성적인 쌀 과잉 국가였던 일본은 최근 쌀 수급균형을 어느 정도 맞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들어 쌀이 부족해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폭염에 따른 생산량 감소, 향후 수급 불균형 우려에 따른 물량 확보 경쟁, 소비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쌀 부족이라는 생소한 상황에 직면한 일본과 수년째 쌀이 남아돌아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일본의 쌀산업 현장을 다각도로 취재해 3회에 걸쳐 보도한다.

생산량 적정 수준 밑돌아…1등급 출현율도 급감=일본 정부는 2023년산 쌀 적정 생산량을 669만t으로 설정했다. 수요량(681만t·전망치)에서 밥쌀용 쌀 의무수입 물량(TRQ·저율관세할당) 등을 제외한 물량이다. 그런데 2023년산 쌀 생산량은 661만t으로 적정 생산량보다 오히려 8만t(1.2%) 적었다.

이는 지난해 쌀 주산지 등을 강타한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2023년 쌀 재배면적은 2022년보다 0.7% 감소했지만, 생산량은 1.3%나 줄었다. 폭염 피해가 쌀 생산량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5년간 쌀 관련 이슈를 취재해온 ‘일본농업신문’의 소와 토모카츠 차장 겸 논설위원은 “쌀 1등급 비율은 평년의 경우 70~80% 정도인데 지난해산은 61.3%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폭염 현상이 심각했던 니가타현의 경우 지난해 ‘고시히카리’ 쌀 1등급 비율이 4.9%에 불과했다. 평년에는 75.3%였지만 폭염으로 분상질립(절반 이상이 하얗게 변색된 낟알)이 크게 늘어나는 등 품질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탓이다.

쌀 소비는 증가세, 수요량도 증가하나=최근 쌀이 부족해진 이유로 지난해 작황부진과 함께 소비 증가가 꼽힌다. 일본 농림수산성이 일정 규모 이상의 쌀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3년 4월∼2024년 3월 쌀 판매량(소매업체+외식업체)은 이전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했다.

사카모토 테츠시 농림수산성 장관은 최근 내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밥쌀용 쌀의 소비가 전년보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와 차장은 “물가 상승으로 일본 내 식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는 가운데 쌀은 여전히 저렴하게 인식돼 쌀 소비가 증가한 이유로 보인다”고 밝혔다.

쌀 소비 증가에 따라 2023년산 쌀 연간 수요량(681만t·전망치)도 2022년산(691만t)보다 증가할지 주목된다. 쌀 연간 수요량은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으로 증가한 2013년을 제외하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재고량 전년보다 20% 감소, 가격은 강세=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소비는 증가하다보니 자연히 재고가 줄고 있다. 농림수산성이 매월 발표하는 쌀 민간 재고량은 4월말 기준 180만t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나 적은 양이며, 최근 5년간 수치 중 최저 수준이다.

최근 몇년간 4월말 기준 민간 재고량이 220만∼230만t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쌀 공급은 빠듯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 미곡기구가 발표한 5월 쌀 경황조사(DI)에 따르면 향후 3개월간 쌀 수급 전망지수는 78포인트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 지수는 50을 기준점으로 100에 가까워질수록 공급이 빡빡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78포인트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 4∼5월과 같은 수치다.

가격은 상승 추세다. 농림수산성은 최근 5월 쌀 상대거래 가격을 공표했는데, 전 품종(상표) 평균이 1만4288엔(60㎏)이었다. 전월 대비 상승폭은 0.5%(71엔)로 작았지만 3개월 연속 상승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2% 올랐다.

DI의 쌀값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3포인트가 올라 73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밥쌀용 쌀 재배의향 높아져=쌀 재고가 부족해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농민들의 밥쌀용 쌀 재배의향은 높아지고 있다. 농림수산성은 6월30일 2024년산 밥쌀용 쌀 재배의향 조사(4월말 기준)를 공표했다. 지난해보다 재배의향을 늘린 곳은 11개 도(道)·현(県)으로 앞선 조사(1월말 기준)보다 6개 증가했다.

재배의향 증가는 주산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밥쌀용 쌀의 재배의향 면적 상위 10개 도·현 중 재배를 늘리겠다는 지역은 6곳에 달했다. 또한 2024년산부터 전작(轉作) 지원금 단가가 인하되는 사료용 쌀 재배농가의 밥쌀용 전환 의향이 높았다.

농림수산성은 농민들에게 “2024년산 쌀 적정 생산량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669만t”이라며 “재배면적을 지난해 수준에서 더 늘리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도쿄(일본) = 서륜 기자, 김용수·박민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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