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에어비앤비 살린 '벤처대출'…스타트업 구명줄 될까
SVB 파산 후 감소했으나 올해 다시 증가세
불확실한 경기 상황서 단비 같은 존재로 인식
글로벌 운용사들도 펀드 결성 움직임 활발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시리즈 라운드 마무리까지 몇 주 남지 않은 상태에서 브릿지 자금이 필요했지만, 은행에서 대출받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이때 벤처대출로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고, 회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한 배터리 제조업체가 시리즈 B 라운드를 마무리하기 전 겪었던 상황을 회상하며 한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이외에도 성공적인 벤처대출로 위기에서 극복한 유명 사례로 에어비앤비가 꼽힌다. 회사는 코로나 19로 여행 수요가 줄자 상장 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벤처대출을 통해 나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침체가 지속되자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벤처대출로 몰려드는 모양새다. 다수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는 벤처대출이 2023년 초 벤처대출의 시초격인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 이후 저점에 머물렀지만,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집계를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2월 관련 제도가 시범 운영되면서 할당된 자금이 빠르고 소진되고 있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올해부터 벤처펀드가 금융기관의 차입이 가능한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만큼, 국내에서 벤처대출 펀드를 활용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업계 움직임이 활발해질지 시선이 집중된다.
이는 세계 경기침체 여파로 후속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이 많아지면서,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으로 벤처대출을 염두에 두는 곳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무리해서 다음 투자 라운드를 시작하기보다는 대출을 받아 원활한 경영 활동을 이어나가자는 인식이다.
벤처대출은 벤처캐피털(VC)에게 지분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받는 모든 대출 형태를 뜻한다. 기관은 전통 금융권 대비 낮은 금리로 통상 5년간의 대출을 내어주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타트업은 신주인수권(워런트)을 제공한다. 해당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가 책정될 때 지분으로 전환해 기관이 받는 식이다.
벤처대출의 가장 큰 이점은 성장 단계 기업이 과도한 주주 지분 희석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회사가 현재 운영에 대한 통제력을 보다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다음 자금 조달 라운드가 임박한 경우 브릿지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회사는 신규 시장 진출, 인수자금 조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딜로이트는 올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벤처대출을 통해 혁신을 이룰 것이라 분석했다. 벤처대출 기관이 전략적 투자자(SI)로 나서 파일럿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스타트업에 자본뿐 아니라 업계 연결망, 전략적 지침을 제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벤처대출 펀드를 결성하는 운용사들 역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중동 VC 쇼룩파트너스는 1억달러(약 1385억원) 규모의 신규 벤처대출 펀드를 1차 클로징 했다. 앞서 회사는 3년 전 IMM 인베스트먼트 글로벌과 함께 첫 번째 벤처대출 펀드를 결성한 바 있다.
인도는 벤처대출 펀드를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국가 중 하나였다. 벤처대출 전문 운용사 스트라이드 벤처스는 1억 6500만달러(약 2285억원) 규모의 세 번째 펀드를 결성했다. 알테리아 캐피탈 역시 19억 5000만루피(약 323억원) 규모의 세 번째 벤처대출 펀드를 결성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약 70개에서 100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2월부터 ‘투자조건부 융자’ 제도가 도입돼 벤처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해당 제도는 벤처투자를 이미 받았고, 후속투자 유치 가능성이 큰 기업에 저리 융자를 해주는 대신 소액의 지분인수권을 받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시범 운영한다. 이외에도 지금까지 제한했지만, 벤처펀드가 금융기관의 차입이 가능한 투자목적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초기 단계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유동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벤처대출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살릴 또 다른 자금 조달 통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소영 (soz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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