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 누구나 다 있죠” 성장통도 즐기는 스무살 멀티맨
문현빈(20·한화)은 지난 12일 대전 LG전에서 모처럼 선발 출장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은 3루수로 기용됐다. 프로에 들어와 한 번도 서 보지 않은 자리다. 평소 3루 수비 훈련을 따로 한 적도 없다. 송구 연습을 위해 3루에서 공을 받아본 게 전부다.
문현빈은 “처음엔 긴장이 많이 됐는데 타구를 한 번 처리한 뒤로 많이 풀렸다”며 “막상 해보니까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진 않았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문현빈은 다음 날인 13일 대전 LG전에도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격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진 못했지만, 무난하게 3루 수비를 소화하며 보탬이 됐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이틀 동안 안타를 1개 쳤지만 타구의 질이 좋았다. 수비도 잘해서 또 3루로 뛸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기록까지 고려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칭찬했다.
2023년 한화에 입단한 문현빈은 기본적으로 다재다능한 선수다. 지난해 타격에선 114안타를 쳐 KBO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100안타’ 기록을 세웠다. 수비에선 주 포지션인 2루수 대신 중견수로 뛴 적도 있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문현빈의 타격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제가 한화로 오기 전에 홈런 4개를 쳤다. 그냥 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어린 나이에 소질이 있다. 내년엔 내야 여러 군데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만들어 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문현빈은 “경기에 나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한 일”이라며 “저를 기용해 주신다는 이야기라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사실 문현빈은 올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주전 2루수로 프로 2년 차 시즌을 시작했지만, 점점 더그아웃을 지키는 시간이 길어졌다. 4월 16경기에선 타율 0.173을 기록해 데뷔 후 처음 2군에 내려갔다. 그는 힘든 순간이 많지 않았냐는 기자의 물음에 “좀 많아서 (하나만) 꼽기 힘들 것 같다”고 미소지으며 “누구나 힘든 순간이 있고, 저만 특별히 힘들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오늘을 생각하며 어제의 나쁜 기억을 지우려고 노력했다. 그는 “당장 지금 집중하려고 했던 게 가장 컸다”며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보단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지난해보다 출장 기회는 줄었지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하다. 그는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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