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하나의 사법 리스크 부담 덜었다
‘기밀문서 유출 사건’ 1심서 기각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대세론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하나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그가 기소된 네 가지 형사 사건 중 하나인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이 본격적인 심리도 전에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다.
플로리다 연방 법원의 에일린 캐넌 판사는 15일 이 사건을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임명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사건은 트럼프가 2021년 퇴임 후 정부 기밀문서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 사저에 보관해 간첩법(Espionage Act)상 ‘국방 정보 고의 보유’ 등 40건의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된 것이다.
앞서 트럼프 측은 “이 사건의 수사를 총괄하고 기소를 담당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거나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사건이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판사가 이를 인용했다. 캐넌 판사는 93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연방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를 하는 검사는 상당한 정부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미국의 공직자 자격을 갖춰야 하며, 그렇게 되려면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라의 기틀을 다진 건국의 아버지들은 주요 관리 임명 권한을 의회에 부여했으며, 이 권한을 행정부가 빼앗을 수 없고, 분산시킬 수도 없다”고도 했다. 잭 스미스 특검을 임명한 주체는 메릭 갈런드 법무 장관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법무 장관이 특검을 임명한 것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 월권행위라고 본 것이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기각은 ‘첫 번째 단계’일 뿐이고 (나에 대한) 나머지 형사 및 민사 사건도 기각되어야 한다”면서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를 끝내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했다. 법무부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임 행정부에서도 대통령 임명이나 의회 인준 없이 특검이 활동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 기각 결정을 내린 캐넌 판사는 트럼프가 임기 마지막 해인 2020년 임명한 연방 법관이다. 이번 결정이 상급법원에서 뒤집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지만, 당장은 트럼프 진영에서 ‘바이든 정권에 의해 무리하게 수사·기소됐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소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트럼프가 네 건의 형사 사건으로 피고인 신세가 됐을 때도 ‘사법 리스크’가 대권 가도의 족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지만, 대세론이 힘을 받으며 족쇄들도 느슨해지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1일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가 2021년 1월 극렬 의회 폭동 선동 혐의로 워싱턴DC 연방 법원에 기소된 사건에 대해 보수 대법관 여섯 명이 “대통령 재임 기간의 공적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하급심이 처음부터 사건을 세세히 따지도록 결정해 연내 재판 진행 가능성이 사라졌다. 가장 먼저 배심원 유죄 판단이 나온 여배우 성 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해서는 이달 예정됐던 뉴욕 맨해튼 법원의 선고가 9월로 미뤄졌다. 2020년 대선의 조지아주 결과를 뒤집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경우 수사·기소를 담당했던 풀턴 카운티 검사장과 특검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스캔들이 터졌고, 트럼프 측이 수사팀의 배제를 요구하면서 심리도 전에 진흙탕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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