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서 날아왔다, 한국서 5t 완판 찍은 ‘애플망고 시장님’
“타이난 애플망고는 맛있습니다. 껍질은 얇고 과육은 질리지 않는 단맛, 그러면서도 약간 새콤한 맛도 가지고 있습니다. 비타민이 풍부하며….”
방송이 시작되자 황웨이저(黃偉哲) 대만 타이난 시장(市長)은 마치 전문 쇼 호스트라도 된 듯 멘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소비자 여러분은) 시장이 왔다고 사지 마시고, 맛있으니 사보세요”라며 준비한 멘트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14일 ‘일일 쇼 호스트’로 변신한 황 시장이 나선 무대는 한국 카카오쇼핑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 생방송(라이브커머스)이었다. 타이난시의 최대 특산물 애플망고의 제철(6~7월)을 맞아 한국에서 직접 홍보에 나선 자리였다. 한국에 앞서 일본을 거쳐온 그는 저가 항공(LCC)을 타고 토요코인(일본의 저렴한 비즈니스호텔 체인)에 묵으며 출장 일정을 소화 중이었다.
대만 6대 직할시 중 하나인 타이난은 천수이볜 전 총통의 고향이자, 라이칭더 현 총통이 18년간 시장을 지낸 대만 정치의 중심지다. 방송을 마치고 본지와 만난 그는 “스타 연예인보다 시장이 (출연료가) 매우 싸기 때문에 직접 외국에 다니며 홍보를 하고 있다”면서 “정치인으로서 우리 농산물을 해외에 알릴 수 있다면 이런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인가.
“애플망고는 타이난의 3대 수출 품목이다. 전체 생산량의 3~5%를 수출하는데 한국이 싱가포르와 함께 주요 수입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도 이달 450t 정도를 수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전부터 갔던 일본과 더불어 작년부턴 한국과 싱가포르도 찾고 있다.”
-오늘 얼마나 팔았나.
“작년에 3t 물량을 방송 중에 모두 팔았는데 오늘도 5t이 거의 다 팔렸다. 작년엔 동시 접속자 수가 19만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26만6000명까지 봤다고 하니 성과는 더 좋은 셈이다.” (5t의 망고는 이튿날 매진됐다.)
-시장의 권위가 떨어지진 않나.
“시장이 세일즈에 나선다고 해서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시장이 현장이나 시민과 더 소통하게 되는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본다.”
대만에선 정치인들이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일이 크게 화제가 된다. 라이칭더 현 총통은 타이난 시장 시절 공무(公務)로 탑승했던 고속철도 객차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하자 의사 경력을 살려 응급조치를 했고, 이런 사실이 크게 화제가 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만이 서구의 새해 전야 풍습을 받아들인 1990년대부터는 자치정부 시장들이 송년 특집 방송에 분장을 하고 나와서 시민들을 웃기곤 한다. 그 원조인 천수이볜 전 총통은 1992년 타이베이 시장 시절 마이클 잭슨의 얼굴에 수퍼맨 복장을 하고 나와서 크게 화제가 됐다.
-시민 친화적 정치 문화의 배경은.
“1996년 총통 직선제가 도입되고 대만이 민주화된 뒤로 그런 문화가 자리 잡았다. 정치인이 무게 잡고 권위를 고집하면 선택을 못 받는다. 수퍼맨 복장으로 시민에게 다가간 천수이볜 전 총통은 비록 타이베이 시장 재선엔 실패했지만 재임 당시 시정 만족도는 85%가 넘었다. 시민의 선택을 받는 정치인은 당연히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는 문화가 있다.”
-시장의 외유를 곱게 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수가 없는 게, 이번 일정을 봐도 놀 시간이 없다. 대만을 출발, 일본과 한국을 거쳐 대만으로 돌아가는 이번 출장에서 나는 12일 자정에야 비행기를 탔다. 전국 잼버리 대회가 타이난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전날 저녁 8시 반쯤 일정을 끝내고 자정에 저비용 항공사(LCC) 비행기를 타 새벽 4시 반쯤 도쿄 호텔에 도착했다. 토요코인이라는 저렴한 숙박 시설이었다. 그날 오전 11시부터 도쿄 일정을 소화했고, 한국엔 어제 오후에 와서 오늘 밤 바로 떠나야 한다.”
-저렴한 항공편과 숙소를 고집하는 이유는.
“시장이 되기 전에 이코노미석에 탔는데, 시장이 됐다고 비즈니스석에 앉는 게 더 이상하다.”
옆에서 수행원이 거들었다. “시장님은 어제 저녁에도 공항 근처 숙소에서 주무시고 저녁으로는 삼겹살을 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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