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식 위한 北 주민들 통일 열망, 짓밟아도 못 꺾는다
리일규 전 주쿠바 북한 참사가 본지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 국민보다 더 통일을 열망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일가족과 함께 한국에 귀순한 리 전 참사는 “북한이 못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북 간부든 일반 주민이든 ‘내 자식은 나보다 나은 삶이 돼야 한다. 답은 통일밖에 없다’는 생각을 누구나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자신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자녀들까지 북한 체제에서 비참하게 사는 것을 바라는 부모는 없다는 것이다. 리 전 참사뿐이 아니다. 태영호 전 의원을 비롯한 엘리트 탈북자들의 망명 동기가 대부분 자식과 관련돼 있다고 한다.
‘못산다’는 건 경제적 빈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평생 계속되는 세뇌 통제와 광범위하고 무자비한 인권 탄압까지를 말한다. 리 전 참사는 공개 처형당한 한성렬 외무성 부상을 예로 들었다. 끔찍한 총살 현장을 강제로 봐야 했던 간부들이 며칠간 밥을 못 먹었다고 한다. 북 주민은 노예와 가축으로 전락한 지 오래이고, 고위 간부들도 언제 기관총 세례를 받을지 모른다. 이런 삶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싫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악몽을 끝낼 방법은 탈북 또는 통일뿐이다.
오랜 기간 북 주민들은 북한 밖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북 정권이 극도의 감시·통제·억압으로 귀와 입을 막았다. ‘한국’이란 나라가 ‘남조선’인 것도 몰랐다. 이젠 다르다. 접경지대에서만 은밀히 유통되던 외부 소식이 휴대전화와 장마당을 통해 북 전역에 퍼진다. 한류 콘텐츠가 휩쓸며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동경이 생겨났다. 북한이 한국 문화를 불법화하고 ‘척추를 꺾어 죽인다’며 극단적 처벌법을 연달아 만든 이유다. 하지만 리 전 참사는 “아무리 강한 통제와 처벌에도 한류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니 김정은이 한류를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통일 불가’를 선언한 것이다. 리 전 참사도 “주민들의 통일 갈망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북은 남북을 잇는 도로·철도를 폐쇄하고 그 자리에 지뢰를 깔고 있다. 휴전선 일대엔 장벽을 만들고 압록강, 두만강엔 전기 철조망을 두른다. 평양 역 이름에서 ‘통일’을 지우고 국가 가사에서 ‘삼천리’를 없앴다. 그러나 견고하던 베를린 장벽도 결국 무너졌다. 김정은의 어떤 탄압도 주민들의 마음속 통일 소망까지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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