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집착과 迷妄

이홍렬 기자 2024. 7. 1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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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선 24강전 제2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판팅위 九단 / 黑 이지현 九단

<제13보>(178~189)=선택지는 많은데 좋은 수는 떠오르지 않는다. 가야 할 길은 언제나 낯설고 막막하다. 쪽배에 혼자 몸을 싣고 망망대해를 헤매는 기분이다. 모든 결정을 홀로 내리고 감당해야 한다. 악수와 완착이 손바닥 뒤집듯 넘나들고, 체념과 희망이 고문(拷問)처럼 교차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지독한 고통을 잊고 또다시 판 앞에 앉는다. 바둑은 그런 게임이다.

두 대국자가 욕심과 미망(迷妄)의 늪에 빠져 함께 허우적거리기 시작한다. 흑이 ▲에 젖힌 장면. 178로 187에 끊어 잡지 않은 것은 그 정도론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백은 상중앙의 거대한 흑 대마를 노리고 있다. 179가 과욕. 참고 1도 9까지 살아두었으면 백은 더 해 볼 데가 없었다.

하지만 백은 흑의 실착을 응징하지 못한다. 이 바둑 최고의 기회를 잡고도 182로 날려버렸다. 참고 2도처럼 두었으면 백의 역전승이었다. 1의 붙임이 급소. 이후 13까지 흑이 몰살당한다. 그 직후 흑에게서 또 189란 위험한 수가 나왔다. ‘가’부터 ‘마’까지 부호 순으로 살아갈 장면. 백에게 이 바둑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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