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 외교관 탈북 소식에...힘 받는 尹 통일론?
쿠바 주재 참사관, 16일 탈북 사실 공개
탈북 이유로 '자유·인권'...尹 통일론 부합
같은 날 프랑스 주재 北 외교관 망명 소식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리일규 참사가 지난해 11월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확인됐다. 리 참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밝힌 탈북의 이유는 '노력에 대한 불평등'과 '북한 당국의 병 치료 거부'다. 윤석열 대통령이 30년 만에 새롭게 정립하고자 하는 신(新) 통일담론의 골자인 '자유'와 '인권'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리 참사는 북한의 손꼽히는 '쿠바통'이다. 리 참사의 망명과 한국 정착 사실이 처음 밝혀진 16일 조선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11년 9월~2016년 1월에 이어 2019년 4월~2023년 11월까지 쿠바에서만 약 9년을 보냈다. 리 참사는 그리 좋지 않은 출신 성분 탓에 북한 외무성 최하위 직급으로 시작했지만 공로를 인정받아 당국의 신뢰를 받았다.
일례로 그는 북한 선박 '청천강호' 억류 문제를 해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표창장을 받았다고 한다. 2013년 7월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미사일과 전투기 부품 등을 싣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려다 적발됐을 때, 리 참사가 파나마 측과 교섭해 선박 억류를 해제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석방한 것이다.
그럼에도 리 참사는 탈북의 직접적인 계기를 "노력에 대한 불평등한 평가, 그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라고 말했다. 리 참사와 북한에서 알고 지냈다던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의 말을 빌리면 '김정일과 김정은이 알아주는 쿠바 전문가'조차 표창장을 제외하곤 오랜 기간 불합리한 처사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리 참사의 두 번째 탈북 계기는 당국의 치료 거부였다. 리 참사는 두 번째 쿠바 파견 당시 '한국-쿠바 수교 저지' 임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해 경추 손상에 의한 신경 손상증으로 멕시코로 가서 치료를 받길 원했다. 쿠바는 제재 탓에 의료 기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 참사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북한 외무성에서 '허락할 수 없다'는 전보를 보냈다고 한다.
리 참사가 밝힌 탈북 계기는 윤 대통령이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신 통일담론의 키워드인 '자유'와 '인권'을 관통한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공식 통일 방안으로 30년간 자리 잡고 있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식에서 "북한 정권의 폭정과 인권 유린은 인류의 보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라고 강조했다.
관계부처 역시 이에 발맞췄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월 새로운 통일담론의 키워드를 '자유'와 '인권'이라고 밝혔고, 지난 6월에는 북한 인권을 대내외적으로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따라 북한 인권보고서가 발간됐다. 이달 출간된 새 통일교육 지침서 '통일문제 이해'와 '북한 이해'에서 통일연구원은 "이번 통일문제 이해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통일 비전을 제시한다"고 밝혀뒀다.
지난 14일 열린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며 쐐기를 박았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 것은 역대 처음으로, 윤 대통령은 "아무리 억압해도 자유에 대한 희망,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한민국을 이루는 중요한 토대"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과정 속에서 리 참사의 탈북이 공개되고, 같은 날(16일) 프랑스 주재 북한 외교관 일가족도 망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대통령의 '신 통일담론'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형국이다. TV조선은 복수의 대북소식통을 인용, 50~60대로 알려진 외교관 가족이 미국 망명을 희망했고 현재 안전한 우방국에 머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해당 외교관이 프랑스 파리의 북한 대표부에 근무하던 인사로 공개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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