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우익수→투수→우익수→우승 마무리…18세 정우주, 오타니 능가한 투타겸업 어떻게 가능했나 [청룡기]
[OSEN=목동, 이후광 기자] 정우주(18·전주고)가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능가하는 투타겸업으로 전주고의 창단 첫 청룡기 우승을 이끌었다.
정우주는 16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9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마산용마고등학교와의 결승전에 총 3차례에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1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합작, 승리투수가 됐다.
선발투수로 나선 1학년 이시후가 1회말 선두타자 이재용의 사구, 이승헌의 희생번트로 처한 1사 2루에서 권희재, 차승준, 전태현 상대 3타자 볼넷을 헌납하며 허무하게 선취점을 내줬다.
급해진 전주고 벤치는 계획을 바꿔 1회말부터 에이스 정우주를 마운드에 올리는 결단을 내렸다.
투수 교체는 대적중했다. 1사 만루를 맞이한 정우주는 등판과 함께 140km 후반대의 급이 다른 강속구를 뿌리며 용마고 타선을 압도했다. 첫 타자 김주오를 149km 하이패스트볼을 이용해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제승하 상대 150km 강속구를 뿌려 역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닝 종료였다.
정우주는 3-1로 앞선 2회말에도 등판해 선두타자 최민상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임노을 타석 때 박시현에게 바통을 넘기고 우익수 위치로 향했다.
박시현은 첫 타자 임노을을 2루수 땅볼로 막은 뒤 이재용 상대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허용하며 득점권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전주고 벤치는 우익수 수비를 보던 정우주에게 SOS를 요청했다.
다시 투수가 된 정우주는 151km의 강속구를 과시했으나 풀카운트 승부 끝 이승헌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 3루에 몰린 가운데 권희재 상대로도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유격수 땅볼을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정우주는 3회말 선두타자 차승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기세를 이었다. 이어 전태현 상대 2B-1S으로 승부를 이어가던 찰나 폭우가 쏟아지며 경기가 중단됐다. 약 1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경기가 재개되며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김주오를 상대하다가 김영빈과 교체, 우익수 위치로 복귀했다.
정우주는 14-5로 앞선 마지막 9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점수 차가 큰 상황이었지만, 주창훈 감독은 우승까지 남은 아웃카운트 3개를 정우주에게 맡기며 에이스를 예우했다. 정우주는 2사 1루에서 김재균을 포수 땅볼로 잡고 전주고의 39년 만에 전국제패를 확정 지었다.
청룡기 우수투수상의 영예를 안은 정우주는 취재진과 만나 “개인과 팀 목표 모두 우승이었는데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 이번 대회에서 다 같이 열심히 해서 우승해서 기분이 좋다”라며 “이마트배 때는 부담감이 앞섰는데 이번 대회는 내 뒤의 투수와 야수를 모두 민도 설레는 마음으로 던졌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마트배에서는 어떻게 보면 나 때문에 팀이 졌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실점하지 않고 팀 우승에 보탬이 된 거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1회말 등판을 예상했냐는 질문에는 “원래는 뒤에서 던질 예정이었는데 감독님께서 1회 투수가 흔들리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미리 말씀해주셨다. 조금씩 준비를 하고 있었다”라고 답했다.
정우주는 타석에서도 2루타를 때려내는 등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활약하며 투타겸업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투수와 우익수를 계속 오가는 가운데서도 투수와 타자 모두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다.
정우주는 “내가 던지고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있어서 감독님이 야수를 빼신 거 같았다. 내가 야수 포지션에서도 1인분 정도 한 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정우주는 인터뷰를 통해 함께 배터리호흡을 이룬 포수 이한림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이)한림이가 포수로 앉아서 내 능력을 잘 이끌어주고, 잘 막아주기 때문에 나도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한림이가 아니었다면 내가 이렇게 던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승의 꿈을 달성한 정우주의 다음 목표는 오는 9월 개최되는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프로에 입성하는 것이다.
그는 “무조건 1순위가 목표다. 정현우(덕수고)와 함께 선의의 경쟁 중인데 현우에게 고맙기도 하다. 끝까지 좋은 친구로 남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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