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99] 무안 홀통 해파리물회
장마철이 지나면 어김없이 삼복더위가 기다린다. 이젠 비 좀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지만 정작 비 그치니 시원한 비라도 한줄기 내렸으면 한다. 이게 인간이다. 이럴 때 더위를 확 날릴 음식이 물회다. 물회라고 하면 포항 물회를 떠올린다. 물회로 이용하는 어류는 오징어, 한치, 자리돔, 전복, 해삼, 멍게, 도다리. 소라 등 다양하다. 물회는 해산물을 잘게 썰어 파, 마늘, 양파 등 양념 채소와 매실, 식초, 고추장 등을 넣어 얼음이나 찬물을 부어 먹는 회. 시큼 매콤한 음식이다. 하지만 해파리라면 어떨까.
해파리는 어민들에게나 여름 피서객에게나 불청객이다. 오죽하면 바다 깡패, 해적이라는 별명을 붙였을까. 몇 년 전, 진도 조도면 멸치를 잡는 낭장망에 가득 든 해파리를 만났다. 멸치는 해파리에 묻혀 품질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무게를 버티지 못한 그물이 터지는 사고도 발생한다. 그런 수족관 한 칸을 특실로 차지한 해파리가 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에 나타나는 ‘기수식용해파리’다. ‘숲뿌리해파리’라고 불리다가 식용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정식 이름을 얻었다. 중국 발해만, 황해,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에서 서식하다 6월부터 9월 사이에 전남 무안 탄도만 일대와 인천 강화도 연안에 출현한다. 어민들은 조류를 따라 밀려오는 해파리를 닻자망이나 안강망 그물로 잡거나, 뜰채를 뜨기도 한다. 이 해파리를 중국과 일본으로 수출한다.
탕탕탕. 탕탕탕. 무안 홀통 유원지의 한 식당 주방에서 경쾌한 소리가 들려 오더니, 잠시 후 화려한 해파리 물회가 상에 올라왔다. 물회에서는 수족관에서 본 해파리를 상상할 수 없다. 식용 가능한 해파리 부위는 다리와 몸통이다. 깨끗하게 씻고 먹기 좋게 썰어서 얼음을 넣어 식감을 높인다. 그리고 무안산 적양파, 쪽파 그리고 파프리카 등을 넣고 매실액을 더한다. 해파리는 특별한 맛을 갖고 있지 않다. 마치 맛은 식감이 좋은 단단한 우무라고 할까. 마무리는 밥이나 국수를 말아 먹는다. 더운 불을 피워 조리하기 귀찮고 입맛도 없는 여름에 뚝딱 한 끼를 해결하기 좋은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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