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오송참사 ‘중대시민재해 1호’ 사건 돼야
잇단 하천 범람·도로침수 경고에도
도로통제·상황전파 제때 대처 못해
충북지사·청주시장 중처법 기소를
“제발 대한민국을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나라로 만들지 말아 달라.” vs “더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 옳지 않다.”
헌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을 찾아봤다. 헌법 제34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중앙부처·지자체는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두고 있다. 공중이용시설·공중교통수단에서 사망자가 1명 이상,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면 중처법 적용 대상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지 2년6개월이 돼 간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법으로 기소돼 처벌된 공직자는 한 명도 없다. 159명이 압사한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는 ‘핼러윈 축제는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중처법 위반 대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됐다. 보행자 1명이 죽고 1명이 크게 다친 2023년 4월5일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교 붕괴 역시 사건이 아닌 사고로 결론났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이행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송 참사 수사는 이태원 참사나 정자교 붕괴와는 달라야 한다. 오송 참사의 경우 국가의 귀책 근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미호천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쌓아 최근 1심에서 징역 7년6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차치하자.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홍수 방어등급에 대한 세부기준과 지하차도 수방·대피시설 설치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환경부와 국토교통부의 책임도 일단 넘어가자.
하지만 잇단 하천 범람 및 차도 침수 가능성 경고에도 도로 통제나 상황 전파, 구조 활동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충북도와 청주시에 대한 법적 책임 유무는 반드시 따져보아야 한다. 오송 참사 유족·생존자 등이 지난해 8월 중처법 위반 혐의로 김영환 충북지사, 이범석 청주시장을 고발한 배경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국가의 의무를 말단 공무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한다”는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울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오송 참사의 중처법 적용 및 기소 여부는 검찰 손에 달렸다. 고발장 접수 후 1년 가까이 장고를 이어가고 있는 검찰은 여전히 “전례가 없고 일반 산업재해와도 달라 혐의 적용 여부를 놓고 신중하게 법리를 검토하는 중”이다. 벌써부터 경찰이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사령관을 무혐의 처리한 것처럼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는 물론 정권의 레임덕과 직결된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검사 모두가 정치적 결정을 우선하진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 결심공판에서 박 구청장에 대해 “용산구 재난 총괄책임을 지는 장이자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장”이라며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무런 기능도 하지 않았다”고 징역 7년을 구형한 검찰의 판단을 믿는다. 중처법 적용이 한국사회에 던질 의미와 파장을 감안해 행정부 소속 검찰은 이들 단체장을 기소하되 유무죄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송민섭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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