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요즘 세상이 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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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면서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상하다'였다.
중개업자와 함께 집을 보러 공동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입 밖으로 낸 첫 말이기도 했다.
이상한 엘리베이터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지금의 집을 계약했다.
"그럼 그럴 수 있지." "뭐가 그럴 수 있어?" "요즘 세상이 좀, 그렇잖아." 친구는 위험하니까,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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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일이, 거의 매일같이 벌어졌다. 이곳 사람들은 도무지 누군가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려 하지 않았다. 독립된 홀에 타인이 들어서면 거북한 기운을 풍겼다. 옆 엘리베이터가 37층에 멈춰 있는데도 굳이 옮겨가 그것을 기다렸다. 정말 불쾌하다고 말했더니 내 얘기를 듣고 있던 친구가 물었다. “너 사는 데 1인 가구가 많아?” 그런 편이라고 말하자 친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럴 수 있지.” “뭐가 그럴 수 있어?” “요즘 세상이 좀, 그렇잖아.” 친구는 위험하니까, 라고 말했다. 이웃끼리 뭐가 위험하냐고 내가 투덜대자 친구가 말했다. “누가 이웃인지 알 수가 없잖아. 그런데 요즘은 그런 말 안 쓰지 않아? 이웃이니 이웃사촌이니 그런 말.”
그런 말은 이제 다 사라졌어. 친구의 말은 곱씹을수록 쓸쓸한 냄새를 풍겼다. 사실 나는 옆집 사람과 인사 한 번 나눠 보지 못했다. 내 코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을 닫은 사람이 옆집 사람이었다는 말은 친구에게도 하지 않았다. 안전해지기 위해 고립을 택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고 애틋했다. 동시에 머지않아 그러고 있을 내가, 굳건한 철문 뒤에서 닫힘 버튼을 눌러대고 있을 내가 너무 쉽게 상상이 되어 서글퍼졌다. 요즘은 좀, 그런 세상이니까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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