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중화할 수 없다”[정도언의 마음의 지도]
거짓말을 반박하는 말이 들리면 거짓말을 또 해야 합니다. 자신의 말을 정당화하고 평판과 체면을 지키려면. 되풀이할수록 거짓말은 능숙하고 편안해집니다. 있는 것을 없다고,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면 됩니다. 집단 거짓말일수록 세상이 믿도록 계획하고 전략을 쓰고 방어합니다. 그러다가 허언(虛言), ‘실속이 없는 빈말’이 나옵니다. 말이 되지 않음을 애초에 스스로 알기에 같은 빈말을 되풀이하지는 않습니다. 조청을 겉에 바른, 속이 빈 강정처럼 순식간에 속내가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빈말로 방어할 수 없음을 깨달아도 반성하고 돌이키고 싶지 않으면 작화(作話)의 단계로 넘어갑니다. 상상에서나 가능한 것들을 현실에서 곧 이룰 수 있는 것처럼 그럴듯하게 말합니다.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마구 주장합니다. 창의력에는 감탄합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반론에 부딪혀서 힘을 잃을 것이 뻔하지만 마음의 파동을 무시하려고 자신도 속이는 자기기만(自己欺瞞)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합니다. 거짓이 오히려 근거 있는 신념으로 변환되고 사회적 파워의 상징으로 등극하면 자긍심과 충족감이 채워집니다. 힘과 권리를 가진 자리는 중독성이 강해서 쉽게 포기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애초에 존재하는 이유를 점차 망각하게 됩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 기억력이 왜곡되고 훼손됩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현실에 공감하는 능력도 점점 줄어듭니다.
‘고쳐서 도리어 나빠지게 함’을 ‘좋게 고침’으로 받아들였고, 전문가 집단을 ‘으르고 협박’해도 그럴 수 있다고 구경했으며, ‘후진(後進)’ ‘퇴보’ ‘파괴’인 행위를 ‘선진(先進)’으로 우기면서 역주행과 급발진을 했어도 말없이 무신경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혹시 1960년대 이웃 나라가 정책으로 과감하게 시행해서 주목을 받았던 ‘맨발의 의사(赤脚医生)’가 최종 목표일까요? 지금이라도 더 이상의 인명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요? 즉시 막아 세우고 시동을 끄도록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역주행과 급발진이 의도였다고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거짓에 매몰된 사람들은 주변에서 도와야 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편을 들면 거짓은 더 견고해지고 진실에서 더 멀어집니다. 힘이 있음에도 개인적 이득에 사로잡혀서, 마땅히 해야 할 사회적 역할에 어긋나게 거짓과 ‘협업(協業)’을 한다면 반사회적인 행위를 하는 겁니다. 그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 티가 납니다. 거짓말하는 사람을 도우려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으니 당연히 티가 난다는 겁니다.
어린이가 하는 귀여운 거짓말과 달리, 다 큰 어른들이 하는 거짓말은 사회적 파장을 불러옵니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체계적으로 하는 거짓말들은 조사와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사회적 피해와 피해자들을 줄일 수 있습니다. 허언증과 작화증이 심해지면 기억도 왜곡되고 수치심,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기에 사회가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겁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확신이 아닌, 의심에서 일단 한 걸음을 돌리면 됩니다. 아니면 대화는 시작되지 않습니다.
정도언 정신분석가·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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