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표 가격 내리겠다며 영화발전기금 흔드는 문체부?

장슬기 기자 2024. 7. 1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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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와 영화입장권 3% 부과금 폐지 논의
조국혁신당 김재원 "영화 생태계·국민의 문화복지 고민한 결정 맞나"
참여연대 "영화 가격 멀티플렉스 3사 독과점과 폭리가 근본 문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서울 시내 영화관에서 시민들이 영화 티켓을 구매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멀티플렉스 영화관 측과 영화입장권(티켓)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적립하는 부과금을 폐지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 3월 민생대책이라며 영화표 부과금 폐지 계획을 발표했고, 언론에서는 부과금을 없애면 500원 정도 영화관 입장권 가격이 할인될 것이란 내용으로 보도해왔다.

하지만 영화 입장권이 비싼 이유는 멀티플렉스 3사의 독과점 구조와 폭리인데 근본 원인을 방치한 채 부과금만 폐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해당 부과금을 통해 안정적인 영화발전기금을 확보해 독립·예술 영화 등을 지원하도록 해야 하는데 이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문체부에 영화표 부과금과 영화표 가격 인하 관련 내용을 질의해 받은 답변을 보면, 문체부는 부과금 징수의무자인 영화상영관 측과 지난 2~4월 유선·대면 회의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멀티플렉스 상영관 3사(CGV, 롯데컬처웍스, 메가박스)를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유선을 통해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묻고, 부과금이 폐지된다면 관람객의 부담완화와 극장 활성화를 위해 영화상영관 입장권 가격을 함께 낮추는 방향도 가능할지 의논했다”고 답했다.

앞서 기획재정부(기재부)는 지난 3월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개최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각종 부담금 36개를 정비하고 이 중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등 18개 부과금을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화 티켓에 부과되는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도 없애겠다”며 “당장 폐기하기 어려운 부담금은 금액 감면해 국민 부담을 확실하게 덜어드리겠다”고 했다.

지난 2019년 1만2000원이었던 영화표 가격(주말 2D 일반요금 기준)은 2020년 1만3000원, 2021년 1만4000원, 2022년 1만5000원으로 올랐고 현재도 1만5000원이다. 실제 영화발전기금으로 쓰이는 부과금은 객단가(영화입장권 평균 발권가)를 기준으로 부과하는데 객단가는 2022년 1만285원, 2023년 1만90원, 2024년 9689원으로 떨어졌다. 영화발전기금으로 쓰이는 부과금(3%)은 약 300원 수준이다. 영화관이 이 부과금만큼 영화입장권 가격을 내리더라도 약 300원 가량 인하하는 꼴이다. 다수 언론에서는 1만5000원(상품단가)의 3%인 450원 정도 낮아질 거란 기사를 내보내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300~450원 수준의 인하가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지 의문이다.

▲ 정부가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발표하자 입장권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부담이 줄 것이라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문체부는 “영화표 가격의 결정 주체는 영화관이므로 부과금 폐지 이후 영화표 가격이 실제 하락하기 위해서는 영화관 입장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 이후 영화관람객 감소에 따른 상영관 매출 감소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상영관에서도 영화관람객 증가와 극장 활성화를 위해 가격 인하를 검토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16일 미디어오늘에 “국민들이 부담을 느끼는 영화티켓 가격문제는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의 독과점 시장 구조와 폭리가 근본 원인이지 영화발전기금을 포함한 부과금은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이 부과금은 독립예술영화 등 지원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폐지했을 경우 영화의 다양성을 해쳐 한국 영화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관객들의 선택권을 축소시킬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영화표 가격의 일부를 영화발전기금 재원으로 활용하고 해당 기금으로 다양한 영화 제작을 지원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부가 끊어버리는 셈이다. 문체부와 기재부는 부과금 폐지와 관계없이 영화 산업 진흥을 위해 영화발전기금은 존치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는 부과금 폐지 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일반회계 등 다른 재원을 활용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기재부 등 정부의 통제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긴축재정을 추진하고 있어 영화계에서는 재원이 불안해진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김 팀장은 “윤석열 정부의 '국민부담'을 이유로 한 각종 부과금 폐지·축소 정책은 현재의 어려움을 핑계로 미래 먹거리를 없애버리는 과학분야 R&D 예산 축소와 궤를 같이 한다”며 “윤 정부는 한국 영화의 미래를 죽이는 주먹구구식 부과금 폐지 정책을 즉각 중단하고 대기업 멀티플렉스들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은 미디어오늘에 “문체부와 기재부에 묻고 싶다. 영화 생태계와 국민의 문화복지를 위해 충분히 고민한 결정이 맞는가”라며 “본질은 안정적인 영화발전기금 운용을 위한 방안 확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영화발전기금을 충분히 확보하고 운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22대 국회에서 집요하게 따져 묻겠다”고 했다.

한편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영화 입장권 부과금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자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어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시 강 의원은 “정부는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겠다면서도 영발기금 재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발기금과 유사한 성격의 영화기금을 조성하는 프랑스와 영국은 부담금 방식이 아닌 조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데 이번 법개정으로 기금의 안정성을 확보해 한국영화의 지속적 성장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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