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로 나체 영상 내놔”…사라지지 않는 불법사금융, 원인은? [범죄열전]
불법사금융 근본 원인은 피해자와 업주 ‘수요-공급’ 관계
“일을 못 하게 해 줄게.”
40대 여성 A씨는 2021∼2022년 불법사금융에서 6000만원을 빌렸다. 2년간 원금보다 많은 9000만원을 갚았지만 막대한 이자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업자는 직장까지 찾아와 ‘죽어버려라’는 등 난동을 피웠고 이자를 뜯어내기 위한 추심은 점점 강도가 심해졌다. 4개월 넘게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 A씨는 결국 목숨을 끊었다. 광주지검은 지난 3일 이 업자 B(52)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의 범죄 수법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직장동료들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겠다거나 가족을 들먹이며 위협하는 ‘지인 추심’과 담보로 나체 영상을 받아 협박하는 ‘성착취 추심’ 등이 그 예다. 정부가 ‘불법사금융 척결 범정부 TF’를 중심으로 불법사금융에 대응하고 있지만, 법률 지원 등 피해자 구제나 처벌과 같은 사후적 조처보다 근본적으로 불법사금융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불법사금융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답은 사회보장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다. 불법사금융에 처음 손대는 사람 대부분은 직장은 있지만 신용점수는 높지 않은 이들이었다. 극빈층이 아니다 보니 복지 대상으로 여겨지진 않는데, 예컨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이 승인되진 않고 카드 대금 납부 등으로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지난해 살인적인 고리와 불법 채권추심으로 거액의 부당이익을 챙긴 불법사금융 범죄단체 일명 ‘강실장 조직’의 경우 심사 없이 돈을 빌려줬다. 지난 4월18일 선고한 춘천지법 원주지원 판결문을 보면 채무자는 대신 본인의 신분증을 들고 전면 사진과 함께 가족 및 지인, 직장 동료 등의 연락처를 적은 메모지 사진을 전송해야 했다. 채권추심에 활용하기 위한 자료였다.
대출금은 10∼50만원으로 소액이고 대출 기간 역시 일주일로 상당히 짧다. 10만원을 빌리면 20만원, 30만원이면 50만원, 50만원이면 80만원을 원리금으로 받는다. 심지어 시간당 연체료를 10∼20만원을 받았다. 상환이 5시간 늦으면 연체료가 100만원이 될 수 있다. 이자제한법상 최고 이자율은 연 20%이지만 이들이 받은 이자 이율은 704.39%에서 5214.29%에 달했다.
대출금은 소액일지라도, 이들은 불법사금융의 이자와 연체료로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강실장 조직의 조직원 한 명이 각자의 대포통장으로 입금받은 이자와 연체료는 6억여원에서 많게는 21억여원이었다. 불법 추심으로 채무자를 쥐어짜 뜯어낸 돈이다. 강실장 조직 피해자는 131명으로 추산되는데 대부분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취약차주들이었다. 관리자급으로 파악된 C씨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약 1년 동안 5747회에 걸쳐 15억4483만여원을 이자와 연체료로 입금받았다.
대부분 업체가 등록 대부업체의 탈을 쓰고 있는 점도 문제다. 불법이 아닌 합법 대부라는 광고 문구를 믿었다가 막대한 이자와 연체료를 물게 되는 식이다. 신종 수법 역시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서민금융원’ 등 정부 및 금융권의 서민 대상 정책 대출을 사칭하는가 하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콘서트 티켓이나 게임머니를 대신 구매하고 고금리를 붙여 회수하는 형태의 불법사금융도 등장했다.
처벌 강도가 약한 점도 근절의 장애물로 꼽힌다. 강실장 조직 역시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20∼30대 조직원을 모집했다. 조직원들에게 열심히 하면 매달 1000만원까지 벌 수 있다며 현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원 가운데선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하며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와 사기죄 등으로 처벌받은 이들도 있었다. 업체는 조직원에 대해서도 가족과 지인 연락처 10여개를 작성토록 해 이탈을 막았다. 심지어 조직에서 나갈 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조직원을 관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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