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인도 없어 찻길로…위험천만 농촌 도로
[KBS 청주] [앵커]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길인데도 인도가 따로 없는 곳이 많습니다.
특히 도로 기반 시설이 부족한 농촌 마을이 취약한데요.
고령의 주민같은 교통 약자들이 사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현장 K, 진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옥천의 한 마을 입구입니다.
주민들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차들 옆을 조심스레 걷습니다.
병원이나 상점이 있는 면 소재지로 향하는 유일한 길인데 보행로가 없습니다.
[배상열/옥천군 청성면 : "아무것도 없으니 그쪽으로 가야지, 어디로 가요. 사람이 발을 들고서 다닐 수도 없잖아요."]
인도로 다녀야 하는 전동차도 갈 길을 잃고 차들과 뒤섞여 아찔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갓길에서 전동차를 몰던 70대 주민이 화물차와 부딪혀 숨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김응난/보은군 삼승면 : "다리에만 사람 가는 길이, 통로가 있죠. 거기까지는 그냥 차 다니는 길로 가야죠."]
고령 주민이 많고 근처에 중학교도 있어 수년 전부터 인도를 개설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랐지만 개선은 더딥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인도는 취재가 시작되자 오늘 아침 급하게 설치됐는데요.
그마저도 관리 기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중간에 이렇게 뚝 끊겼습니다.
마을 입구를 기점으로 도로관리청과 관할 행정구역이 각각 나뉘어있어 먼저 나서는 데가 없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이정덕/옥천군 청성면 : "기관에 전화도 하고 그러면 보은군, 옥천군 쪽에 서로 미루고 협조가 안 되더라고요. 오늘도 (도로관리청에서) 현장 점검 나와서 얘기를 하니까, 여기서도 해결이 안 되는 거예요."]
근처의 또 다른 마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버스 정류장을 오갈 때조차 찻길 가장자리를 이용하는 처지입니다.
지난 5월, 차로를 따라 밭으로 가던 60대가 뒤따르던 화물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마을 주민 : "선이라도 그어 놓으면 좋은데…. 차 없을 때 지나가는 거죠, 섰다가요."]
인도는 통행량이나 사고 이력, 교통 약자의 통행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치합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우선 순위를 따지다 보니, 시가지보다 상대적으로 이용량이 적은 농촌 지역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조준한/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 "보행량이나 교통량이 (보도) 설치 기준에 미흡하더라도, 교통사고의 위험성이 높거나 보행로를 확보해야 하는 구간이라고 하면 도로 환경 개선사업이 필요하겠습니다."]
보행자와 차량 간 교통사고 스무 건 가운데 한 건은 이렇게 인도 없는 길 가장자리에서 벌어지는 상황.
지난해에만 천 9백여 건의 사고로 28명이 목숨을 잃고 2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KBS 뉴스 진희정입니다.
촬영기자:김현기/그래픽:최윤우
진희정 기자 (5w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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