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문서 반출’ 소송 각하…날개 단 트럼프
언론·민주당 “판례 무시”…트럼프 “마녀사냥 기각”
암살 시도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그간 발목을 잡아온 사법 리스크마저 일부 털어내며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게 됐다. 그가 재판에 넘겨진 여러 형사사건 가운데 비교적 단순하고 유죄 입증이 쉬울 것으로 평가됐던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소송 자체를 각하한 것이다.
15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남부법원 에일린 캐넌 연방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소송을 각하했다. 캐넌 판사는 이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임명 절차를 문제 삼았다. 스미스 특검이 대통령에게 임명되거나 상원의 인준을 받지 않아 헌법의 특검 임명권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인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스미스 특검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백악관 기밀문서를 자신의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하고, 정부 회수 노력을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문서 반환에 협조하지 않자 연방수사국(FBI)이 2022년 8월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해 기밀문서 100건을 찾아냈다. 이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형사사건 4건 중에서도 단순하고 혐의 입증이 쉬운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캐넌 판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 유무죄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은 채 소송 자체를 각하했다.
법원의 결정은 이날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기 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 임명된 캐넌 판사는 그간 재판 준비 절차를 불필요하게 지연시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재판을 끌어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 언론들은 캐넌 판사가 이전 판례에 반하는 각하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가도에 날개를 달아줬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캐넌 판사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독립적인 검사 임명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해온 이전 판례들을 정면 부정했다고 평가했다. CNN도 “트럼프가 직면한 주요 사법 리스크 중 하나를 해소하는 충격적인 판결”이라고 했다. CNN은 과거 트럼프 정부에서 임명된 특검들도 스미스 특검과 마찬가지로 법무장관에게 임명됐으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을 기소한 특검도 같은 방식으로 임명됐으나 법원이 임명 절차의 적법성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법원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이런 숨이 턱 막히는 판결은 그간의 판례와 관행을 무시한 것”이라며 “판사가 사건을 편파적으로 다뤘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사건은 이 사건을 포함해 모두 4건이다. 2016년 대선 직전 성인영화 배우에게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지 말라는 ‘입막음용’ 돈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지난 5월 유죄 평결을 받았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뒤집으려 한 혐의로 기소된 2개 사건은 언제 재판이 열릴지 불투명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기각 결정이 “첫 단계일 뿐”이라며 “모든 마녀사냥들이 신속하게 기각돼야 한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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