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집트와 가자 남쪽 국경 완충지대서 철군 방안 논의”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접한 가자지구 남쪽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하는 방안을 이집트 정부와 비밀리에 논의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관리와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국경지대 철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요구해온 것으로, 철군이 이뤄지면 이집트 등 주변국이 중재 중인 휴전협상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을 단행하며 지난 5월 초 라파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 이어 같은 달 말 필라델피 회랑을 완전히 점령해 이집트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국경지대에서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증강한 것은 1979년 양국이 체결한 평화협정 위반이라고 반발해왔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을 따라 나 있는 길이 14㎞의 완충지대다. 이스라엘은 이곳을 점령한 후 하마스가 이집트에서 무기를 밀수하기 위해 파놓은 땅굴과 무기고 등을 다수 발견해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이 2007년 가자지구에 대한 엄격한 봉쇄 정책을 시작하면서 국경지대에는 수많은 밀수 땅굴들이 생겨났다. 하마스는 땅굴을 파 무기와 보급품을 밀수했고, 17년간 봉쇄 정책에 시달려온 주민들도 가축부터 공산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물품을 이 땅굴을 통해 들여왔다.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밀수를 막겠다며 땅굴을 파괴하는 작전을 수년간 벌여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12일 성명에서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철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연립정부 내 극우세력의 반발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철군 가능성과 협상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물밑으론 협상을 벌여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특사들은 비공개 협상에서 이집트가 무기 밀수 방지 조치에 협조할 경우 철군할 의향이 있다고 시사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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