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압도적 득표율로 4선 확정…경제 발전·철권 통치 ‘두 얼굴’[시스루 피플]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사진)이 압도적 표차로 사실상 4선을 확정했다.
현지 매체인 더뉴타임스의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르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총선과 함께 실시된 대통령 선거의 개표 작업이 700만표(79%) 이상 완료된 가운데 카가메 현 대통령이 99.1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최종 개표 결과는 27일 공식 발표되지만, 카가메 대통령의 4선은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2003년, 2010년, 2017년 대선에서 승리한 카가메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도 98.63%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카가메 대통령은 난민에서 대통령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 사태에 마침표를 찍고 사회 안정과 경제 발전을 이룬 지도자로 칭송받는다. 그러나 반대파를 숙청하는 철권 정치인이라는 비난도 동시에 받는 ‘두 얼굴의 지도자’다.
1957년 르완다 남부의 한 투치족 집안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인 1959년 다수파 피지배계급인 후투족이 소수파 지배계급인 투치족에 대한 반란을 일으키자 가족과 우간다로 건너가 1962년 난민 캠프에 정착했다. 1970년대 말 그는 비밀리에 자신의 고향집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BBC에 따르면 당시 카가메 대통령은 르완다 수도 키갈리 부촌의 한 호텔에 자주 드나들었는데, 이 호텔 바는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이 자주 찾던 곳이었다. 이 고국 방문으로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그는 우간다에서 군사 정보 훈련을 받았으며, 이후 쿠바와 탄자니아에서도 훈련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94년 우간다에서 반군조직인 ‘르완다 애국전선’을 이끌고 르완다 수도로 왔고, 이렇게 쿠데타로 세워진 정권에서 부통령 겸 국방장관에 올랐다. 2000년 당시 대통령이 사임하자 정권을 이양받아 대통령에 취임했다.
집권 이후 종족 간 대학살 후유증을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신뢰를 쌓아왔지만, 20년 이상 장기 집권하면서 반대자들을 탄압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특히 르완다군 정보수장이었던 패트릭 카레게야 암살 사건의 배후라는 의구심도 있다. 카레게야는 카가메 대통령을 비판한 뒤 계급(대령)을 박탈당하고 18개월형을 선고받은 뒤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피했으나 2014년 남아공 한 호텔에서 피살됐다. 야당인 국민회의(RNC)는 “카가메가 보낸 요원들이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듬해 르완다는 개헌을 통해 이번 대선부터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1차례 중임을 허용했다. 올해 66세인 카가메 대통령은 중임할 경우 최장 2034년까지 대통령직에 머물 수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선거가 치러지기 전 성명에서 르완다 야당이 협박, 자의적 구금, 실종 등 심각한 제약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BBC는 99%의 득표율 자체가 선거가 민주적으로 치러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카가메 대통령은 높은 득표율이 르완다의 민주주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선거 유세에서 그는 “15%의 득표율로 현직(지도자)에 오른 많은 사람이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냐”면서 “그들이 르완다에 와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카가메 대통령은 압도적 지지율로 4선을 확정지었지만 경제적 성과를 이어가면서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맞서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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