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구명’ 의혹 전 경호처 직원, 2년 전 임 전 사단장과 골프 쳤다
임 “전화 건 적 없다” 주장과 배치…구명 시도 가능성 증폭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사진) 구명에 나섰다는 의혹을 받는 대통령경호처 출신 송모씨가 임 전 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모임 시점은 채모 상병 사망사건보다 1년여 전이었다. 송씨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얽혀 있는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모씨와도 연결돼 있어 ‘VIP’에게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요청한 의혹을 받는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22년 6월 송씨와 임 전 사단장 등 4명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해병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최근 이 골프장을 방문해 출입기록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이날 경향신문에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당시 임 전 사단장과 골프를 친 사실을 인정하면서 “안부전화 중에 (임 전 사단장이) ‘곧 사령부를 떠날 수 있다’고 해 (내가) ‘운동 한 번 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있다가 2022년 6월 말 해병대 1사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임 전 사단장도 송씨 등과 골프를 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논란이 되는 로비 의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송씨는 그 이후 임 전 사단장과 골프를 한 적이 없고,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지난해 7월19일부터 8월 말 사이에는 그와 직접 통화한 사실도 없다고 했다. 지난해 8월2일 위로차 임 전 사단장에게 ‘섣부른 판단 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을 뿐 답장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 전 사단장도 그 무렵 송씨에게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송씨가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다른 사람에게 한 말 중에는 다른 내용이 나온다. 송씨는 지난해 8월9일 해병대 출신 변호사 A씨와 통화하면서 “나는 사단장만 잘 살피고 있다. 내가 통화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 책임은 지지만 사표는 내지 말라’고 그러니 자기도 ‘그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송씨는 “자기도 ‘밖에 나가서 대민 돕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걸 사단장 책임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더라).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나는 가끔 통화하고 있다”고 했다.
송씨는 지난해 5월 해병대 출신 5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 추진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 대화방엔 1심 법원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시기 ‘컨트롤타워’로 지목한 이씨도 들어가 있었다. 이 모임은 성사되진 않았다.
공수처가 확보한 이씨와 A씨 간 통화 녹취록에도 송씨가 등장한다. 지난해 8월9일 이뤄진 통화에서 이씨는 “송씨가 (임 전 사단장이) 사표 낸다고 해서 내가 못하게 했다”며 “‘내가 VIP한테 얘기할 테니까 사표 내지 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 전 사단장→송씨→이씨→VIP’로 이어지는 구명 시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씨는 최근 언론에 자신이 말한 VIP는 대통령이 아니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었다고 했다가 김 여사를 가리킨 것이었다고 바꿔 말했다.
정대연·강연주·이창준·김혜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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