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레스 존 제로 "호불호 심한 버터 케이크맛 ARPG"

홍수민 기자 2024. 7. 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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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완성도는 GOOD, 최적화·BM·UI 편의성이 발목 잡아
- 호요버스 신작 ARPG '젠레스 존 제로'

호요버스 '젠레스 존 제로'의 출시 소식을 들었을 때, 붕괴 스타레일을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는 입장에서 기대를 많이 했다. 턴제 게임도 좋아하지만, 저렇게 예쁜 모델링으로 완성도 높은 액션 게임이 나와준다면 정말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젠레스 존 제로의 정식 출시일이었던 7월 4일 이후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하루 이틀 플레이할 때는 마냥 갓겜인 것 같고, 드디어 정착할 게임을 찾았나 싶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자 슬슬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약 2주 간 플레이한 입장에서 이 게임은 마치 예쁘게 데코레이션한 버터 케이크 느낌이다. 키치하고 세련된 그래픽과 모델링, 매끄러운 액션 등 화사한 데코레이션에 홀린 듯 입에 넣지만 입에 맴도는 버터 크림 맛에 얼마 먹지 못하고 물려서 포크를 놓게 되는 그런 케이크 말이다.

물론 버터 케이크를 싫어하는 것은 기자의 입맛일 뿐, 좋아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다만 버터 케이크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는 사실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이 게임 역시 그렇다.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싫어하는 사람들은 학을 떼는 그런 맛이다.

장르: ARPG



출시일: 2024년 7월 4일



개발사: 호요버스



플랫폼: PC, 모바일, 플레이스테이션



■ 힙하고 키치한 감성의 어반 판타지

- 캐릭터성도, 외모도 마음에 들었던 치안국 소속 듀오
- 전형적이고 뻔한 연출이라도 감동적이긴 했다

첫 인상은 정말 좋았다. 힙하고 펑키한 느낌의 아트워크와 캐릭터들은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웠다. 그래픽 질감의 모델링은 처음 봤을 때는 어색했지만 계속 보니 독특한 매력이 있다. 특히 벨과 엘렌이 손에 꼽힐 정도로 예쁘게 잘 뽑혔다.

메인 스토리 역시 기자가 플레이했던 호요버스 게임 중 가장 친절했다. 별다른 지식 없이도 이야기 흐름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카툰 형식의 시네마틱 컷신과 자연스레 전환되는 인 게임 연출도 마음에 들었다. 모션 역시 프레임 덕분인지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가만히 서 있어도 예쁜 애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니 컷신 보는 재미가 있다.

스토리는 초반부라 섣불리 평가하긴 어렵지만 3장까지 플레이해 본 바로는 나쁘지 않다. 유저에 따라 전개가 다소 유치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과장된 모션, 연출과 어우러지니 미국식 애니메이션 혹은 카툰을 보는 듯한 호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왕도 열혈 메카물을 연상시키는 2장 벨로보그 중공업 파트는 이런 장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환장하게 좋아하겠구나 싶었다. 적어도 그래픽과 연출, 스토리는 흠을 잡기 어려운 퀄리티를 자랑한다.

다만 캐릭터의 일러스트와 인 게임 모델링 갭이 아쉬운 캐릭터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야비가 꼽히는데, 현재 픽업 캐릭터 엘렌과 비교하면 퀄리티 차이에 서글퍼진다. 정식 출시 전 픽스가 필요해 보인다.

 

■ 저점을 사수하며 호불호가 갈리게 된 액션

- 교체 패링, 회피 공격, 그로기 후 콤보 공격이 기본 매커니즘이다
- 네코마타는 교체나 회피 공격을 통해 공격력 버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액션 저점과 고점 모두 잡겠다는 론칭 당시 포부를 보고 너무 기대한 탓일까. 젠레스 존 제로의 액션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진입 장벽은 확실히 낮추는데 성공했지만, 파고 들만한 요소가 많다고는 볼 수 없다. 

젠레스 존 제로의 액션은 회피 반격과 교체 패링, 그로기 후 콤보 스킬 연계로 이뤄져 있다.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 난도 및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직관적이고 단순한 방식을 취했다. 모션, 타격감, 판정 등 액션 자체 완성도와는 별개로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평타와 특수 스킬 외에 다른 스킬이 없어서 단순한 평타 E, 대시 강공격 등 일반 사이클 외 별다른 콤보가 필요 없다. 평타 엇박이 요구되는 11호 정도가 까다로운 캐릭터로 꼽히는데, 적에게 모션이 가려지는 것이 문제지 타이밍을 손에 익히면 어렵지 않다.

패링이나 회피도 판정이 굉장히 넉넉하다. 교체 패링, 회피 공격의 무적 판정이 체감상 3초는 되는 것 같다. 연속 회피도 가능해 어느 정도 게임을 할 줄 아는 유저라면 금세 적응할 수 있다. 딸깍 클리어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고난도 컨트롤과 집중력도 필요없다. 

애초에 평타와 콤보 스킬을 동일 키로 배정해 평타만 연타해도 자연스럽게 콤보 스킬 연계가 되도록 유도했다. 평타와 불 들어온 특수 스킬만 눌러도 멋들어진 조작이 가능하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얼렁뚱땅 플레이하고 있는데 뭔가 멋진 액션이 나간다"며 호평하는 이유다.

모바일 게임답게 화려한 스킬 이펙트와 액션을 적당한 난도로 즐기고 싶은 사람에겐 장점일 수 있겠지만, 퀄리티 있는 액션 게임을 기대한 유저라면 실망할 것이다. 유저에게 주어진 선택지 자체가 거의 없다.

물론 이런 평가에 '메마른 꽃밭' 등 고난도 콘텐츠를 예시로 들며 반박할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자체의 난도와 적정 스펙 미달로 인한 체감 난도는 분리해야 한다.

엘든링의 전투 난도를 논할 때, 고인물의 맨몸 치토스런을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결국 적정 스펙을 갖추지 못해 아프고 요구 딜량이 높은 것이 문제지, 파훼 불가능할 정도로 악랄한 패턴은 아니기 때문이다.

 

■ 지루한 TV 퍼즐, 의미 모를 UI

- 처음엔 정말 신선함 그 자체였지만 꽃노래도 1절만 들어야 했다
- 이상 몇 퍼센트 누적됐는지 보이는 사람 구합니다

처음 플레이할 때는 TV 퍼즐이 젠레스 존 제로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콘텐츠로 보였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가 연상되고, 모니터링 콘셉트와 잘 맞는 매력적인 퍼즐이라 여겼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면 할수록 TV 퍼즐 풀 생각에 머리가 아프고 갑갑해졌다.

재미있는 전투 대신 하루 종일 컴컴한 배경 속 TV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기도 지루한데, 방부 연출이나 이펙트, 쓸 데 없이 긴 페어리의 기어 코인 스크립트를 보고 있으면 한숨만 나온다. 혹시 숨겨져 있는 재화나 포인트가 있을까 맵 구석 구석을 뒤지는 과정에서 메인 스토리 맥이 툭툭 끊기면 더 피곤해진다. 

배속 기능을 켜면 NPC 대사가 같이 스킵되고, 이벤트나 전투 후 돌아오면 배속 기능이 풀리는 등 자잘한 불편함이 피로감을 더한다. 특히 TV 화면 클로즈업, 침식, 방부 등 애니메이션 연출은 배속도 먹히지 않아 매우 답답했다. 배속 옵션을 켠 상태라면 이런 연출도 빠르게 넘기거나 스킵해야 맞는 것 아닌가.

꽃노래도 한두 번 들을 때나 좋게 느껴지지, 주야장천 듣고 있으면 소음에 불과하다. TV 퍼즐로 이것 저것 시도해 보는 것은 좋으나 게임의 피로도도 함께 가중시켰다. 그나마 메인 스토리 3장에서는 좀 덜했다.

난잡한 UI 역시 피로도를 더하는데 한몫 한다. 디자인은 아틀라스 '페르소나' 시리즈가 연상될 만큼 예쁘고 세련됐지만 내용물은 그야말로 엉망이다. 메인 메뉴가 아닌 기능 더보기란에 위치한 게임 종료,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이상 축적 수치, 부득불 튜닝숍을 오가게 만드는 방부 레벨 업 등 개발 의도를 알 수 없는 배치로 가득하다. 

특히 이상 축적은 그로기와 함께 이 게임의 메인 메커니즘인데도 인 게임에서 제대로 식별조차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 단일 속성 파티인 엘렌 파티가 1티어로 꼽히고 있지만, 속성 이상 중첩 상태 '혼돈' 중심 이상 파티를 운영할 경우 이상 수치의 시인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기자는 주로 컴퓨터로 젠레스 존 제로를 플레이하는 편이다. 큼직한 모니터 화면으로 봐도 이상 축적 표시가 이렇게 안 보이는데 모바일 주력 유저는 오죽하겠는가. 물리 이상 딜러 제인의 출시가 예정돼 있는 만큼, 다른 건 몰라도 이상 수치 시인성 패치는 시급해 보인다.

 

■ 최적화·발열, 과도한 BM은 유저를 떠나게 만든다

- 출시 2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조차 최적화 이슈를 해결 못하고 있다
- 벨은 귀엽지만 주구장창 벨만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호불호 갈리는 취향과 별개로 젠레스 존 제로가 잘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기자 역시 TV 퍼즐에는 학을 뗐지만, TV 퍼즐을 즐겁게 플레이하는 유저들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최적화와 발열 문제는 도저히 실드칠 수 없다. 출시 후 2주가 넘은 지금까지도 모바일 유저들은 버벅거리면서 화면이 멈추거나 튕기는 현상을 호소하는 중이다. 분명 공식적으로 안내한 권장 사양 이상의 기기인데도 심한 발열로 인해 게임이 강제 종료되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렉과 튕김으로 게임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모바일 가챠 시스템만 이용한 PC 게임이라는 평을 누누이 들어온 호요버스였지만 젠레스 존 제로는 좀 심한 편이다. 동일 회사 게임인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을 생각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의 최적화다. 이렇게 출시할 거였다면 모바일이 아닌 PC 및 콘솔 게임으로 내야 맞다.

과금 모델은 여전히 반 천장과 천장 시스템 그대로다. 수급 재화가 짜고 가챠가 매운 것은 호요버스 게임의 유구한 전통이라지만, 유독 젠레스 존 제로에서 과금 모델 지적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낮은 탓이다. 

비싼 돈 주고 뽑아봐야 인 게임 마을에서는 제대로 갖고 놀지도 못하고, 지루한 TV 퍼즐을 견딘 후에야 가뭄에 콩 나듯 전투 콘텐츠에서 짧게 볼 수 있다. 그마저도 패링 교대로 금방 들어간다. "서브컬처 게임인데도 캐릭터가 돈 값을 못 한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과금 모델 뿐만 아니라 성장 방식 역시 동일하다. 원신에선 성유물, 붕괴 스타레일에선 유물인 디스크를 뺑이쳐서 파밍하고 강화하는 것으로 끝이다. 그나마 침식, 레조니움 등 로그라이크 요소를 차별점이라고 넣었지만, 모바일 가챠 게임 과금 모델이 베이스라 그런지 '운빨망겜' 로그라이크 요소 영향력도 크지 않다.

정리하자면 잘 만든 게임이지만 취향을 심하게 타며, 예쁘지만 내용물은 엉망인 UI와 최적화가 발목을 잡는다고 할 수 있겠다. 기자는 원신, 붕괴 스타레일 등 기존 호요버스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어 굳이 진입할 정도의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진리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 취향에 맞는다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점

1. 호요버스 최신 게임다운 훌륭한 그래픽과 모델링



2. 발전한 연출과 스토리 전달력



3. 부담 없고 화려한 액션



단점

1. 형편 없는 모바일 최적화와 발열 현상



2. TV 퍼즐 편의성과 엉망인 UI



3. 발전 없는 BM과 성장 요소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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