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민족차별, 일본의 ‘두 얼굴’
“콜럼버스, 나폴레옹, 베토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들은 우연히 원숭이(유인원) 가족을 만난다. 원숭이에게 피아노와 말 타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자신들이 탄 인력거를 끌게 한다.”
일본의 인기 밴드 미세스 그린 애플(Mrs. GREEN APPLE)이 발표한 신곡 ‘콜럼버스’의 뮤직비디오 줄거리다.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비판에 뮤직비디오는 발표 다음날 공개가 중지됐다. 콜럼버스는 항해자가 아닌 식민주의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미세스 그린 애플은 “비참한 역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의도는 없었다”라고 사죄했고, 소속 음반사도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표현”이었다고 사과했다. 각 방송사는 이들의 출연을 취소하고, 신문사는 사설과 기사를 통해 일제히 문제를 제기하는 등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처럼 일본 사회는 차별에 때로는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이러한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이유는 인종차별적 표현에 대한 일본 사회의 둔감함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와 인접한 사이타마현(埼玉県) 가와구치시(川口市)와 와라비시(蕨市)에서는 최근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쿠르드족은 일본에서 나가라”라는 외침이 조용한 주택가에 울려 퍼지고 있다. 쿠르드족을 대상으로 한 헤이트 스피치다. 재일동포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혐오집회를 연상케 한다. 독립국가를 갖지 못한 최대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쿠르드족은 수많은 탄압과 분쟁에 휘말려 세계 각지에서 난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일본에는 가와구치시와 와라비시를 중심으로 3000여명이 ‘난민 신청 중’의 자격으로 살고 있다. 난민 신청 중에도 강제 송환을 가능하게 하는 입국 관리법 개정을 계기로 난민 신청자의 상당수가 쿠르드족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쿠르드족 간의 폭행 사건이 일부 신문에 보도되면서 이들은 헤이트 스피치의 표적이 되었다. 헤이트 스피치는 “체류자격이 없는 쿠르드족이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주민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하지만 가와구치시의 외국인 인구는 최근 20년간 두 배로 늘었지만, 범죄는 급감했다. 일본은 난민에 매우 인색한 나라다. 난민으로 인정받은 쿠르드족은 1명에 불과하다. 물론 이민에도 부정적이다. 이러한 인식의 배경에는 일본 사회의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경계가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이 늘어나면 범죄가 늘어난다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가이진(外人)’이라는 단어도 일본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경계와 차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많은 일본인들은 외국인을 “가이진(外人)”이라고 부른다. 일본인과 근본적으로 다른 이질적인 존재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듣기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다.
하지만 일본은 ‘가이진’과 공존해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2040년에는 97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력의 대부분을 외국인으로 채워야만 한다. 국민연금을 지탱하기 위해서도 외국인 노동자의 연금 가입이 필수 조건이다. 외국인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사회가 되어 버렸지만, 혐오발언 등 외국인에 대한 일상 속의 차별에는 매우 둔감하다. 이는 일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국인들에게 외국인들은 어떤 존재일까?
박진환 일본방송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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