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메달리스트들이 키가 크긴 하지만…그게 다가 아니다
수영은 물살을 빠르게 갈라야 하는 종목 특성상 키가 큰 선수에게 유리하다. 키가 크면 대체로 윙스팬(양팔을 벌렸을 때 한쪽 손에서 반대쪽 손까지의 길이)이 길고, 손과 발도 크다. 물속에서 속도를 높이는 데 굉장한 이점이다. ‘수영 황제’로 불렸던 마이클 펠프스의 키는 194㎝다. 윙스팬은 2m, 발 크기는 300㎜가 넘는다. 수영에 최적화된 신체 조건을 갖춘 그는 올림픽에서 28개의 메달을 땄다.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평균 신장을 보면 키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다. 수영 전문 매체 스윔스왬에 따르면 1960 로마 올림픽 남자 수영 메달리스트의 평균 키는 182.5㎝였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선 192㎝로 10㎝가량 커졌다. 여성 메달리스트의 평균 키도 169㎝에서 176㎝로 7㎝ 커졌다. 가장 최근인 2020 도쿄 대회의 경우 남성과 여성 메달리스트의 평균 신장은 각각 189㎝, 176㎝였다.
스윔스왬은 “수영이 키가 큰 선수들에게 유리한 스포츠라는 점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수영 선수들의 평균 키는 세계 인구 평균 남성이나 여성의 키보다 10㎝ 이상 크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반드시 키가 커야 수영 선수가 되고,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도쿄 대회 남자 접영 200m에서 은메달을 딴 혼다 도모루(일본)의 키는 172㎝다. 한국 수영 최초로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던 박태환의 키도 183㎝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한국 수영대표팀 선수들의 신체 조건은 어떨까. 한국 수영 ‘황금세대’의 중심 황선우(21·강원도청)의 키는 187㎝로 도쿄 남성 메달리스트 평균 키와 비슷하다. 김우민(23·강원도청)은 키가 182㎝로 작은 편이지만 윙스팬이 196㎝로, 키에 비해 팔 길이가 길다. 황선우와 김우민은 지난 2월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주종목인 남자 자유형 200m와 4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선우는 이른바 ‘엇박자 수영’ 등 기술적 보완을 통해 스피드를 끌어올렸고, 김우민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후반 레이스에 강점이 있다. 이 둘은 파리 올림픽 메달 후보로 꼽힌다. 황선우와 김우민은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 전 “시상대에 꼭 오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수영에서 키가 꼭 전부인 것만은 아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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