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면서도 좋은 집 있을까…매입임대주택의 ‘딜레마’
비아파트, 수요 대응 신속 장점
작년엔 고가 매입 논란 ‘시끌’
적정 시세 감정평가제도 시급
“공공 리모델링 적절” 제언도
정부가 앞으로 2년간 공급할 매입임대주택 목표치를 8만호에서 12만호로 늘려 잡은 가운데, 이를 달성하려면 매입가격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가 매입’ 논란을 피하려고 매입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가 공급 급감으로 이어진 전례가 있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입임대주택 정책 효과 및 합리적 공급 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2004년 도입된 매입임대는 L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임대주택을 건설(건설임대)하는 대신, 민간이 지은 주택을 매입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이미 지어진 주택을 매입하는 ‘기축매입’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신축약정매입’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매입임대가 지금보다 늘어나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매입임대는 단독·다가구·연립 등 비아파트를 소규모로 매입하기 때문에 기존 생활권에 공급할 수 있고, 수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얼마에 사는 것이 적정한가다. LH는 지난해 4월 서울 성북구의 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시세나 분양원가보다 비싸게 매입해 ‘고가 매입’ 논란에 휘말렸다. 그러자 국토교통부는 준공 주택을 ‘원가 이하’로 매입하고 감정평가 검증 절차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조치는 LH의 매입실적 급감으로 이어졌다. 2022년 1만4054호였던 공급실적은 2023년 4610호로 3분의 1 토막이 났고, 실적 달성률도 46%에서 23%로 줄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 2월 매입 기준을 다시 완화했다.
남영우 나사렛대 국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매입 기준이 강화되면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공급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권혁삼 토지주택연구원(LHI) 주택연구단장도 “수도권 집중 공급을 위해선 매도자와 매수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적정 가격으로 매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체 물량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신축약정매입주택 매입가의 적정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약정매입주택의 호당 가격은 3억1000만원으로 기축매입(2억3000만원)보다 34% 더 높았다.
정부가 적정 매입가격 산정 때 활용하는 감정평가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거래사례 비교법’이 주로 사용되는데, 고분양가로 미분양이 난 주택도 1~2개 거래사례만 있으면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감정가가 산출된다.
백인길 대진대 교수(경실련 도시개혁센터 이사장)는 “이렇게 되면 정부가 높은 분양가를 적정 가격으로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며 “공공에서 사들인 분양가에 맞춰 주변 시세도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공공 리모델링 유형으로 10년 이상 오래된 주택을 매입해 수선하면 주변 가격 혼란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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