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품어준 부산 유일 진료소, 보조금 끊겨 문 닫을 판

조성우 기자 2024. 7.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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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유일의 노숙인 진료소가 예산 문제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부산시 보조금이 내년부터 크게 삭감될 가능성이 대두되기 때문인데, 매년 1500명이 넘는 노숙인의 의료복지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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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사랑그루터기 진료소, 의사·약대생 봉사만으로 운영

- 매년 1500명 발길 이어지는 곳
- 내년 市 편성안에 교부금 불투명
- 내년 잠정 폐쇄…복지공백 우려

부산 유일의 노숙인 진료소가 예산 문제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부산시 보조금이 내년부터 크게 삭감될 가능성이 대두되기 때문인데, 매년 1500명이 넘는 노숙인의 의료복지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부산진구 ‘사랑그루터기 진료소’에서 노숙인이 진료를 받고 있다. 이곳은 부산 유일의 노숙인 진료소다. 사랑그루터기 진료소 제공


부산 부산진구에서 운영 중인‘사랑그루터기 진료소’는 “올해까지만 진료소를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폐쇄할 방침”이라고 16일 밝혔다. 이 진료소는 2000년대 초반부터 노숙인 진료를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매년 시 보조금을 교부받아 상주 인력을 두고 운영됐다. 그러나 내년 시 예산안에 노숙인 진료소 교부금 편성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내부적으로 올해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시 보조금은 올해 이미 깎였다. 지난해에는 7236만 원이 교부됐으나, 올해는 6150만 원이 편성됐다. 예산이 감소한 이유는 매년 이뤄지는 보조금 사업 평가 결과가 낮았기 때문이다.

시 보조금이 지원되는 사업은 ▷계획 성과 달성 여부 ▷계획 효율성 ▷보조금 수혜 범위 및 규모의 적정성 등을 기준으로 심의위원회가 평가한다. 진료소가 어느 기준에서 부족한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낮은 평가로 예산이 일부 삭감됐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부산의료원을 비롯해 의료기관을 지정해 노숙인 진료를 맡기는 사례는 있으나, 노숙인 진료만을 하는 개별 단체는 사랑그루터기 진료소뿐이다. 부산지역 노숙인의 복지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곳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밤 9시 의사가 상주해 진료를 본다. 10여 명의 의사가 매주 번갈아 오며, 약학대학 학생들이 일을 돕는다. 이들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평일에는 상근직 1명이 있어 진료소를 찾는 노숙인에게 상비약을 주거나 처방된 약을 제공한다. 매년 이곳을 이용하는 노숙인 수도 1500여 명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달 말 기준 676명이 진료소를 찾았다.

진료소 측은 시 지원금 없이는 도저히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한다. 예산 대부분은 상근직 1명의 인건비와 약품 구매 등에 쓰이는데, 지금도 예산이 빠듯해 의료인의 무료 봉사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 대표인 정운용 사랑그루터기 진료소 대표는 “구 담당자에게서 최근 예산 삭감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운영 방향을 위한 면담까지 진행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잠정적으로 폐쇄 결정을 내린 상태”라며 “보조금 없이는 방법이 없다. 애초 이번 상반기까지 운영하려다 올해는 예산이 확보돼 있어 연말까지만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내년도 예산안이 마련되기 전이어서 해당 보조금의 편성 또는 삭감 여부를 언급할 수가 없지만 다방면에서 검토해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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