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 확신했나? 지지층 확장 어려운 정치 초년생 부통령 후보 지목

김효진 기자 2024. 7. 1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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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트벨트 출신 앞세워 북동부 민주당 텃밭 공략…기밀문서 불법 반출 소송 기각되며 사법 리스크도 경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 부통령 후보로 정치 초년생이자 러스트벨트(Rust Belt) 출신 자수성가의 상징 JD 밴스(39) 상원의원을 지목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즉시 "트럼프 복제인간(클론)"이라고 비판했지만, 밴스 의원 지목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미국 부통령직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 상원의원 JD 밴스라고 결정했다"며 밴스 의원을 "열심히 일하는 남성과 여성의 대변자"로 소개했다.

밴스 의원은 과거 제조업 중심지였던 쇠락한 북동부 러스트벨트에 속한 오하이오주의 가난한 백인들의 생활을 묘사한 2016년 출간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는 2023년 상원에 첫 발을 디딘 정치 초년생이다. 자서전 제목인 '힐빌리'는 애팔래치아를 비롯해 미국 산악지대 거주민을 뜻하는 말로, 때로 무지함에 대한 멸시의 의미가 담겨 사용된다.

<힐빌리의 노래>는 2016년 당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가난한 백인들의 심리를 설명하는 자료로 널리 읽혔다. 밴스 의원은 책에서 빈곤 문제의 구조적·제도적 해법을 제기하기보다 같은 지역에서 자수성가한 자신과 대비되는 백인 빈곤층의 게으름 등 개인적 자질을 문제 삼는 보수적 관점을 보였다.

예일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나와 실리콘밸리에서 벤처 투자가로 일한 밴스 의원은 상원의원 출마 전까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대자였다. 그는 2016년 자서전을 홍보하며 자신을 "'트럼프는 절대 안된다(Never Trump)'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같은 해 동창에 보낸 메시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미국의 히틀러"에 비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상원의원 도전 때부터 태도를 바꿔 현재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의 선거 구호)에 가장 충실한 트럼프 충성파로 평가된다.

밴스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조작 주장에 적극 찬동했고 지난 5월 2024년 대선 결과도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라면"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밴스 의원이 선택된 것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이 하지 않았던 일"을 밴스 의원은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의사당 폭동이 일어난 2021년 1월6일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선거인단 투표 상·하원 인준 거부 요구를 펜스 전 부통령은 이행하지 않았지만 같은 요구에 직면한다면 밴스 의원은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벤스 의원이 북동부 지역 백인 빈곤층의 실상을 다룬 자서전으로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그의 등용은 그가 자란 오하이오주를 비롯해 북동부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 계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다.

러스트벨트 일부 지역을 포함해 북동부 대부분 지역이 민주당 텃밭인 '푸른 장벽(블루 월·Blue wall)'으로 일컬어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이 지역 중 위스콘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했지만 2020년 바이든 대통령에 다시 고스란히 빼앗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밴스 의원 지목을 통해 북동부 "펜실베이니아주, 미시건주, 위스콘신주, 오하이오주, 미네소타주 및 그 너머의 미국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84년생인 밴스 의원을 통해 고령 이미지로 후보 사퇴 압박까지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과 더욱 대조되는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밴스 의원은 1964년생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도 20살이나 어리다. 밴스 의원이 실리콘밸리 투자자로 일한 경험으로 이 지역 인맥이 탄탄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밴스 의원이 경합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지는 아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밴스 의원이 대표하는 오하이오는 여론조사에서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확실히 앞서는 곳인 반면 부통령 후보로 함께 거론된 글렌 영킨이 주지사로 있는 버지니아주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1%포인트(p) 내외의 작은 격차로 앞서고 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트럼프 복제인간"으로 칭할 정도로 마가에 충실한 밴스 의원이 중도층으로 저변을 넓힐 수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외교 정책 및 국내 정치 전문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테픈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UN) 주재 미국 대사를 통해선 중도층으로의 확장을,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통해선 히스패닉 유권자들로의 확장을 노릴 수 있었지만 결국 "절대 상사를 거스르지 않을 사람"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밴스 의원은 강간과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도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 바 있고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반대한다. 그는 지난 4월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국이 이 전쟁(우크라이나전)에 자금 지원을 계속하는 거의 모든 제안에 반대한다"며 "미국과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가 밝힌 전쟁 목표인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국경으로의 복귀가 환상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지층 확장에 제동이 걸릴 우려가 있음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밴스 의원을 선택한 것은 당선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밴스 의원을 부통령으로 지목하기 이틀 전 유세 중 총에 맞아 부상을 입었는데 이 사건이 지지층 결집 등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프렌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밴스 의원 지목은 "자신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봤다.

이날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피격 뒤 처음으로 대중에 모습을 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환호를 받았다. 총에 맞은 오른쪽 귀에 붕대를 감은 채 등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대에서 주먹을 치켜 올리며 참석한 대의원들에 감사를 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옆에 선 밴스 의원과 대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에 맞은 직후 외쳤던 "싸우라(fight)"를 연호하며 반겼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공식 대선 후보로 지명됐다. 수락 연설은 폐막일인 18일에 행해질 예정이다.

이틀 전 암살 시도를 "신만이" 막을 수 있었다고 밝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기밀문서 불법 유출에 대한 소송이 기각되며 또 한 번의 행운을 누렸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연방판사인 플로리다주 남부법원 에일린 캐넌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취득한 기밀문서를 유출해 퇴임 뒤 마러라고 자택에 보관한 해당 사건에서 이 사건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의 임명 과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스미스 특검은 법무부 장관이 임명했는데 캐넌 판사는 특검은 특검이 헌법에서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한 주요 당국자에 속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쪽 주장을 받아 들여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신문은 이번 판결이 앞선 판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특검 대변인인 피터 카가 이번 결정은 "이전의 모든 법원의 일관된 결정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항소를 시사한 가운데 항소가 성공하더라도 사건이 대선 전에 다뤄질 가능성이 희박해지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적 부담은 훨씬 가벼워졌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뒤 공화당 의원들이 문제 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과녁으로 삼아야 할 때"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기부자들과의 통화에서 후보 사퇴 관련 논쟁을 끝내자는 맥락에서 나온 해당 발언이 "그(트럼프)에게 집중하고 그의 정책과 그가 토론에서 한 거짓말들에 집중하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J.D. 밴스 연방상원의원이 1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나란히 서 있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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