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79일 만의 선발 출전' 부상도 마음고생도 날렸다...구자철의 다짐 "아프지 말자!"

이경헌 2024. 7. 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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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제주] 이경헌 기자= 역시 구자철(35)이었다. 279일 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던 부상 복귀전에서 자신을 향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 놓았다.

구자철은 지난해 10월 8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33라운드 원정경기(0-1 패) 선발 출전 이후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다. 고질적인 종아리 통증에 발목이 잡혔다. 2022시즌 '친정팀' 제주 복귀 후 매 시즌 부상과 부침에 시달렸던 그였기에 주위의 말이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어느덧 축구인생의 황혼기.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더 이상 힘들거라는 물음표가 서서히 따라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설은 괜히 전설이 아니었다. 구자철은 포기하지 않았다. 개막 후 구단의 배려와 함께 효과적인 치료와 재활을 위해 서울에 위치한 훈련센터를 찾았다. 김학범 감독 역시 "구자철은 프로페셔널 한 선수다. 기다리면 잘 돌아올 것"이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6월 A매치 휴식기에 진행한 벌교 전지훈련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며 부활을 위한 예열을 가했다.

구자철은 개인 SNS를 통해 "이상없음"이라는 게시글을 남기며 부상 복귀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섣부른 복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2022년 4월 5일 제주 복귀전에서 햄스트링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아 6주 가량 결장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최적의 복귀 타이밍을 고민하고 고민했다.



그리고 7월 13일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 279일 간의 인내와 기다림은 끝났다. 치열한 순위 경쟁에 '선두' 포항을 상대하는 제주의 입장에선 반전을 위한 히든 카드가 필요했다. 그게 바로 '레전드의 귀환'이었다. 구자철이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 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렸던 희소식이었다.

경기 시작전 김학범 감독은 "구자철의 현재 몸 상태 70% 정도이지만 클래스는 여전히 100%"라고 강한 신뢰를 보였다. 구자철은 이날 경기서 아시아쿼터제로 영입한 일본 출신 '왼발 테크니션' 카이나와 함께 투톱으로 나섰다. 비록 공격포인트는 없었지만 특유의 지능적인 플레이와 전방에 찔러주는 날카로운 패스(패스성공률 93.3%, 키패스 1개)는 녹슬지 않았다.


구자철은 후반 시작과 함께 서진수와 교체 아웃됐다. 구자철의 부상 복귀전을 기다려왔던 이들에게는 아쉬울 법한 상황이었지만 팀 승리가 더 중요했던 구자철이었다. 그의 바람대로 이날 경기는 짜릿한 극장승으로 막을 내렸고 구자철은 경기 후 승리샷에서 '승리의 브이(V)'를 날리며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해피앤딩(Happy Anding)을 보여줬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구자철의 얼굴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 보였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꿈만 같은 순간이었다. 구자철은 "다시 뛸 수 있어서 기쁘고 이겨서 더 기쁘다. 다시 부상을 당하면 어쩌나 예전 경기력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라며 말을 이어갔다.

다음은 구자철과의 일문일답.

- 279일 만에 복귀전을 치른 소감은?
정말 오래 걸렸다. 복귀가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동안 부상은 있었지만 이렇게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적이 없다. 쉽지 않은 시간이 많았다. 확실한 건 이제 더 (몸 상태가) 좋아질 것이다. 팀도 더 단단해진 걸 느꼈다. 오늘도 내가 팀에 도움을 더 줄 수 있느냐만 생각했다. 제주가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길 원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한 것 같다. 그리고 승리라는 결실까지 맺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 선발라인업에 구자철의 이름이 공개되자 팬들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나를 응원해주고 기다려준 팬들이 정말 고맙다. 나는 제주에서 자라서 커서 나가서 다시 돌아왔다. 의미가 남다른 곳이다. 그렇기 부상 때문에 못나가서 너무 아쉬웠다. 식당을 가도 어느 곳을 가더라도 팬들이 언제 나오냐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마음은 빨리 복귀하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몸이 안 따라와서 정말 지치고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많은 팬들 앞에서 내가 다시 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는 것에 정말 좋았고 감사했다.

- 언제 선발 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가?
지난 서울과의 홈 경기가 끝나고 김학범 감독님이 내게 다음 홈 경기 때 팬들에게 인사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더 집중하고 부상 복귀에 만전을 가했다. 뒤돌아보면 정말 긴 인내의 시간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인내하고 참았다. 그래도 감독님이 신뢰를 보내주시면서 기다려주셨다.

- 이제 나아갈 일만 남은 것 같다. K리그1 100경기 출전도 눈 앞으로 다가왔는데.(#구자철은 이날 경기 출전으로 현재 K리그1 통산 93경기 출전(8골 19도움)을 기록하게 됐다.)
정말 그런가?(웃음) 내 축구인생에서 기록을 중요하게 여긴 적은 없다. 매 순간이 전쟁과도 같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환희와 보람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오늘처럼 소중한 시간이 다음 경기에도 찾아오길 바란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좌절보다 환희와 보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힘들 때마다 서포터스의 함성이 큰 힘이 된다. 선수들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팬들에게 정말 전하고 싶다. 팬들은 승리도 패배도 함께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 항상 고맙다. 이제 복귀를 했으니 팬들을 위해서라도 팀이 정말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원래 성격이 활발한데 팀에서는 항상 진중하고 모범이 되고자 한다. 나처럼 제주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좋은 선수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이것이 제주도민과 팬들이 원하고 받을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에필로그(Eilogue)
오랜 기다림의 끝을 다 담기에는 모자랐던 시간이었다. 구자철은 경기 후 자신의 SNS를 통해 못 다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가 남긴 마지막 한 마디에는 절실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이 모든 것에 그저 감사 그리고 또 감사한다. 나를 발견해주고 키워준 이곳. 나를 만든 이곳. 만18살, 제주와 나의 성장을 함께한 분들.. 나를 기다렸던 분들 그리고 제주를 응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더 큰 행복이 되고 싶다. 더 많이 더 나은 시간을 선물하지 못해 죄송하고 아쉬움 가득했던 지난 날들, 추억이 있는 모든 팬들에게 한 경기 한 경기 함께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아프지말자.."

사진=제주유나이티드, 구자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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